느리게 오는 재미 공모

대상작품: 모나리자: 미소가 없는 그대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Campfire, 19년 2월, 조회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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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부터 사건(3)까지는 브릿지 매수로 113매. 글자수로 환산하면 2.2만자 정도 된다. 거기까지 읽었는데 그 이후는 (앞으로 다룰 문제점 때문에)겁이 나서 못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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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설이란 무엇일까? 앞으로 다룰 주제가 ‘소설은 긴 게 좋은가 짧은 게 좋은가’이니 그 부분에 대해서 한정지어 다시 얘기하자면, 소설은 늘어지는 게 좋은가, 타이트한 게 좋은가?

좋은 소설에 대한 기준이야 각자 다를테니 ‘정답은 없다고 하는 게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은 좀 더 파고들어보면, 앞서 말한 사실을 수정하게 되는 곤란한 지점에 도달한다. 개개인의 가치관이 다른 것을 따질 것도 없이 ‘나 자신부터도 한 가지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이다.

‘늘어진다’라는 표현이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달리 대체할 용어가 생각이 안 나서 계속 쓰는 점을 양해 해주시길 바라며 말을 이어가자면, 늘어지는 전개가 좋았던 적은 수도 없이 많다. 이를테면 드래곤볼 TV판 연출이 유명한 예일 것이다. 본 사람은 알겠지만 대치 상태로 기 모으는 데만 한 화를 통째로 쓰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싸움 하나 끝나는데 몇 화나 소비한다. 이런 연출은 호불호야 당연히 갈리기는 하겠지만 작품의 인기에서 알 수 있듯 많은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다음화를 재촉하게 만들던 연출인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늘어짐은 ‘원래 짧아야 하는 것을 늘렸다’는 의미임에도, 늘어짐으로서 오히려 밀도가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심리묘사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좋은 글의 요건에 대해 말할 때 많이 나오는 얘기 중 하나는 ‘짧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전개에 필요없는 부분은 쳐내고, 긴 문장은 짧게 고치고 등등.

앞서 말했듯 어떨 때는 전자가 맞는 것 같고 또 어떨 때는 후자가 맞는 것 같다. 어느 쪽이 정답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작품에 대해서는 후자의 손을 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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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사건(3)까지 113매 분량은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었다. 가독성도 나쁘지 않았고 내용도 흥미로운 구석이 있었다. 솔직히 좀 더 읽고 싶은 마음도 아직 꽤 남아있다.

하지만 술술 빨리 읽혔음에도 이 소설은 길게 느껴졌다. 이 소설이 너무 늘어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가장 심했던 부분은 ‘사건(1)’이다. 사건(1)을 읽으면서 당장의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는 불필요한 부분이 너무 많다고 느꼈다. 90%정도를 쳐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다른 화도 읽고 나면 머리에 남는 부분이 별로 없다. 읽은 문장은 많은데 이야기의 맥락에서 탈락하는 부분이 많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 정도 호흡은 프로작가들 사이에서도 자주 보인다. 더 심한 사람들도 있고. 그래서 안타깝게도 호흡의 방향성이 틀렸다는 식으로 단점이 쉽게 타진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극단적인 예로 호시 신이치 같은 작가가 이 내용으로 글을 썼다면 이 작품이 113매 동안 전개한 내용을 20매 안으로 쓸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면 이 작품은 (분량 대비 내용의 양으로 볼 때) 경제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113매를 읽는 데에 30분이 걸렸다고 치자. 30분 동안 글을 읽고 얻을 수 있는 ‘이야기 전개의 재미’가 이 작품이 10이라면, 다른 타이트한 작품들의 경우 전개 속도가 2, 3배는 빠를 테니 같은 시간을 읽어도 2, 30정도의 재미를 얻을 수 있다. 다른 작품을 읽을 때 얻을 수 있었을 재미, 즉 기회비용이 떠오르다 보니 작품을 읽으며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 감이 있었고, 사건(3)까지 읽고 나서는 ‘단편으로 읽어도 될 내용을 장편으로 읽고 있는 게 아닐까? 그냥 이 시간에 딴 작품 읽으면 이 작품보다 [더 쉽고 더 빠르게] 재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다음 화에 손이 가지 않게 되었다.

시대가 변하며 작품의 전체적인 짜임새 보다는 작품 한 화 한 화를 볼 때의 느낌이 중요해졌다는 말을 염두해두면서, 스스로도 그 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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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가 벌써 11매다. 정리하자면,

프롤로그부터 사건(3)까지를 50매로 줄였어도, 더 재밌어졌으면 더 재밌어졌지 덜 재밌지는 않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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