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보는 건 왜 이렇게 재밌을까요? 모르는 누군가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쓴 글이기 때문일 수도, 어쩌면 어떤 비난도 받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물론 직접 작성하는 글이니 얼마든 허구로 꾸밀 수 있고 과장하거나 편집할 수도 있겠지만, 방문자가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 작성자를 모르니 그건 진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진실이 아니어도 상관없잖아요? 그 사람이 보이는 자신을 보고 싶어서 그 사람의 블로그에 찾아간 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를 넘어 실제 생활 공간으로 찾아간 미래가 좀 무서웠지만, 블로그 주인이 숙박업을 하는 데다가 이웃과 투숙객 누구에게나 열린 듯한 게시글을 오랫동안 봐 왔다면 이상할 것도 없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독신인 친구에게 행복한 기혼자를 보여서, 기혼인 자신의 위상도 조금은 높이고 싶었을 테고요.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가진 건 적어도 서로 의지하며 즐겁게 지낼 것만 같았던 길리와 꾸따였으나 꾸따가 보이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정표로 삼았던 길리의 블로그조차 초기화되고요. 때마침 흐린 날씨와 적막한 공간이 불안감을 스멀스멀 불러일으킵니다…
안 그래도 흐린 존재감을 가진 꾸따의 행방은 같이 온 재이의 한밤중 목격담과 추측, 마을 편의점 직원의 부탁, 다이빙 강사의 주의로 점차 예상이 좁혀져 마침내 사고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게 마치 폐그물에 발이 걸려 천천히 질식사하는 것만 같아 오싹했습니다. 그리고 숨이 멎는 마지막 순간에, 풀리는 동공을 보며 길리가 했던 말을 녹슨 칼이 재생하는 것 같았어요.
‘너흰 다 이해하잖아.’ 이 문장에서 제가 스토킹 행위를 일방적 친밀감으로 포장하고 있지 않았나 싶어서 뜨끔했습니다…. 요즘은 기력이 없어 가상을 다루는 글만 읽은 것에 안도감마저 들더군요. 실제 사람과 가까워지는 일은 정말 멋진 만큼 무시무시하고, 스쿠버다이빙을 할 예정도 마음도 없었지만 만약에 한다면 안전 수칙을 꼭꼭 지키자고 다짐도 했고요.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직접 하고 한 일들을 블로그에 기록해 온 길리가 꾸따에겐 손도 대지 않았다는 점은 그간 살아온 방식을 버리고 블로그도 비운 것과도 통해서 하나 남은 퍼즐 조각이 딸깍, 하고 맞춰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 짜릿했습니다. 미래와 재이가 칼을 냅다 버렸으니 꾸따의 죽음은 사고사로 남겠지만, 길리에 관한 묘사를 보면 이를 신고하는 건 일종의 자살 행위 같아서 얼른 도망치고만 싶어지네요!
저는 길리의 블로그가 없는 세상에 있어서 안도한 결말이었습니다. 그런 일에 관해서는, 무서우니 잊고 지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