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옥죄어오는 스릴을 느껴보고 싶다면 감상

대상작품: 간수(看守) (작가: 인우인,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2시간 전, 조회 9

1. 지금 당신은 무언가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바닥은 질척거리고 당장이라도 미끄러질 것 같아 빠르게 달리기도 힘든데 뒤에서 당신을 쫓는 저 녀석은 마른 땅을 달리는 것처럼 속도가 빠릅니다. 당신과 그것 사이의 거리는 점차 좁혀지고 조금씩 그것의 실루엣이 드러납니다. 호랑이를 닮은 그것의 입가에서는 침인지 핏덩이인 모를 것이 줄줄 흘러내리고 길쭉한 몸통에 몇 개인지 확인도 안 되는 다리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당신을 두렵게 하는 건 녹슨 톱의 거친 날과도 흡사한 그것의 수많은 이빨들… 당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뭉툭한 이빨들이 당신의 부드러운 허벅지 혹은 옆구리에 박혀서 거칠게 살점을 뜯어내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2. 당신은 점심 시간을 30분 정도 앞둔 시간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발신자는 최근 술집에서 만나 몇 번의 데이트를 했던 현아입니다. 직장을 알려주었던 기억은 없는데 사원증이나 명함을 확인했는지 회사 앞으로 도시락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입니다. 사무실에는 양 가 어른들과 인사까지 마친 약혼자 윤서가 맞은 편 책상에서 근무 중입니다. 당신과 윤서의 관계는 직장 내 모두가 알고 있으며 올해 결혼할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등을 타고 내리는 땀방울들을 느끼며 당황하고 있는 사이에 [지금 사무실 앞이야] 라는 메시지가 폰 화면에 떠오릅니다. 백짓장처럼 하얘진 당신의 얼굴을 본 윤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당신에게 다가오는 동시에 사무실의 문이 살짝 열리는 것이 보입니다.

 

자, 여러분들은 1과 2의 상황 중 어떤 것에 더 공포를 느끼시나요? 러브크래프트라면 당연히 1번을 고를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둘 중 하나를 피할 수 있다면 차라리 2번을 피할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막장 드라마를 잘 못 보는 편입니다. 악역을 맡은 배우의 모든 악행이나 거짓된 언행들이 드러나는 순간을 특히 더 못 봅니다. 어떤 분들은 ‘그런 장면의 통쾌함을 보려고 드라마 보는 게 아니냐’ 라고 하시는데 제게는 관객의 입장으로 보는 것조차 두려운 최악의 공포입니다.

 

이 작품 간수(看守)는 서서히 온 몸을 비틀어 쥐어 짜는 느낌을 주는 스릴러입니다. ‘공포를 느끼게 한다’ 는 관점에서 보면 최근 본 소설 중 가장 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공포, 혹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하고 그 감정이 남기는 잔영 또한 그만큼 다양합니다. 이 작품이 주는 감정은 막막함입니다.

주인공은 도저히 빠져나갈 길 없는 좁은 골목에서 나를 향해 질주하는 트럭을 마주한 것 같은 상태입니다. 그 골목에 들어온 건 순전히 자신의 선택이고 탓을 할 대상도 없습니다. 도움을 청할 수도 없으며 오히려 누군가에게 알려지는 순간 더 끔찍해질 수도 있는 파멸이 기다릴 뿐입니다. 안정이라는 미덕 하나만을 가지고 살아왔던 사람이 자신의 손으로 그것을 파괴했을 때, 그를 이해해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는 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요.

도저히 설명하기도 힘들 정도의 갑갑한 상황입니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사막에 혼자 떨어져 있는데 가지고 있던 물병 하나를 스스로 멀리 던져버렸을 때 이런 기분일까요? 사람이 실수를 하게 되는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최근 여러 상황을 보면 세상은 점점 한 번의 실수조차 돌이킬 수 없는 빌딩 속 줄타기 같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자신의 힘으로는 원래대로 돌이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실수를 저질러버린 주인공의 모습은 독자들로 하여금 엄청난 두려움을 줄 것 같습니다. 첫째로 우리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둘째로 작중 묘사가 굉장히 현실적이라 그렇습니다. 독자는 주인공이 인파 가득한 광장에서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폭발물을 들고 서 있는 사람처럼 불안함과 팽팽한 긴장감이 공존하는 상태로 글을 읽게 됩니다. 그런 긴장감이 늘어지는 부분 없이 끝까지 유지되니 책 읽는 거도 참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 정도로 끊어지기 직전까지 당긴 고무줄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일품인 작품이었습니다.

당장 내 주위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 혹시 이미 일어났을 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니 다 읽고 나서 무거운 기분이 가시질 않네요. 하지만 작품은 재미있습니다. 이런 재미 때문에 스릴러, 호러를 찾게 되는 것일 테니까요. 현실적인 공포를 찾는 분들께, 그리고 상상력의 자극 보다는 직접 체감되는 공포를 좋아하시는 독자 분들께 추천해드리는 좋은 작품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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