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이라는 소재를 따지자면 외형적인 면에서 ‘인간’의 속성을 가지며, 그 내형적인 면에서는 ‘인외’의 속성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반드시 ‘인간’의 모습을 본뜬 무언가라는 법은 없지만, 적어도 창작자들은 ‘인형’에 현실에서 두 발을 뻗고 다니는 생명을 본뜨려는 시도를 꾸준히 보여주는 듯합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인형’으로 빚을 수 있는 형태 자체는 눈을 뜨고 숨을 쉬는 무언가를 가리킨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에 읽은 <인형가 1부>에서도 생명을 본 뜬 인형을 그립니다. 하지만 그 외형적인 속성을 넘어, 내형적인 속성으로 파고드는 탐구는, 이 작품에서 그리는 ‘인형’의 존재를 기이하고 이형적인 무언가로 비추게 만듭니다. 작품에서는 스승이라는 존재가 완성시킨 가장 완벽한 ‘인형’들을 소개합니다. 렌과 사쿠라, 극을 이끄는 주인공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작품은 도입부에서부터 두 주인공이 ‘인형’을 다루는 방식으로 그들을 대조시킵니다.
‘렌’은 대중들이 좋아하는 미적 감각을 살려 인형을 만들고자 합니다.
반면에 ‘사쿠라’는 인간 그 자체를 본뜬 인형을 만들고자 합니다.
역시 주목되는 것은 생사의 경계를 이어주는 인형의 성질에 있습니다. 초장부터 등장하는 구상화와 게이샤의 일화는 죽음을 종착지로 삼고 있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사쿠라’가 만들고자하는 ‘인형’은 그런 죽음을 벗어나고자하는 인간의 이상을 구체화합니다. 인형으로부터 ‘눈’을 만들어주지 않는 모종의 과정 또한, 그것이 단순히 생명을 본뜬 것을 넘어, 생명 그 자체의 경계를 넘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경계하는 의미로 파악됩니다.
작중의 배경은 재앙으로 죽음이 판치는 세상을 묘사하며, 단순히 사물을 경계로 삼는 것을 넘어, 그들이 사는 세상 자체가 생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니 넘나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 세상에서 누군가는 스스로를 즉신불이라는 형태의 희생을 받아들이며 타인의 구원을 바라는가하면, 누군가는 동정에 마음이 기울어 음식을 나눠주고 안녕을 구합니다. 그 모든 과정들은 삶과 죽음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경계를 타고 가는 인간들의 모습입니다. 마지막에 ‘사쿠라’가 만든 네코의 인형 또한, 그 형태는 작아도 죽음을 넘는 특유의 향취가 선명한 편입니다.
‘1부’라고 명시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 제가 읽은 작품은 <인형가>라는 작품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구상화, 즉신불, 인형의 눈알 등 그 의미를 헤집다보면, 뒷이야기에서 이 많은 요소들이 의미를 강조하며 복선으로 작용할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미완성인 이야기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아쉬울 따름입니다. 2부에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