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무슨 휴가 낸다는 소리를 귀신 봐가면서 하니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귀신 잡느라 연차 씁니다 (작가: rynamo,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23년 2월, 조회 98

* 본 리뷰는 rynamo 작가의 장편 연재 《귀신 잡느라 연차 씁니다》의 36회차 연재분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예로부터 어떤 인간은 우리가 볼 수 없는 세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세상과 만물을 주관하는 어떤 힘이 있다고 믿었다. 이 믿음 중 일부는 다시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었고 그로부터 종교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인간은 우주를 모두 이해하기에는 너무 무지하다. 어쩌면 신을 만든 사람들은 이 진리를 이미 알고 있던 것 같다.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지금도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조차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특정 데시벨 범위 이외는 듣지 못하고 육안이 받아들이는 가시광선 바깥의 영역은 아예 보지 못한다. 이렇게 좁은 감각으로 간신히 주변을 이해하며 사는 우리에게 감각 이외의 신비를 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하늘과 땅과 사람을 잇는다. 삼라만상의 이치를 인간에게 전하기도 한다. 종교에 따라 조금씩 이름은 다르지만 우리는 그것을 ‘무당’이라고 불러왔다. 무당은 아주 오래된 형태의 제사장이며, 신관이다. 그들은 과학자이기도 했으며 시인이자 철학자였다. 예언은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정확성을 중요시하기에 아주 과학적이어야만 했다. 점성술과 연금술에서 지금의 천문학과 화학의 기틀이 되는 이론이 발견되기도 했으니 이는 아주 틀린 말이 아니다. 물론 복채를 위해 가짜 무당 행세를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말 그대로 ‘가짜’였으니 논외로 치기로 한다. 지금도 가짜 종교인은 널리고 널렸으며 우리에게는 그들에게 눈을 돌릴 만큼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 무당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 전에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나의 직업은 무당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순간 상대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무당다움이 뭘까? 무당의 이미지는 대체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 텔레비전에는 무당과 빙의, 신병, 퇴마와 관련된 오컬트 드라마나 영화가 쏟아진다. 사람들은 그 이미지에 열광하고 호기심을 가진다. 그래서인지 현실에서 무당을 만나도 ‘마법적인 존재’를 보는 듯 대한다. 아니면 ‘미신을 좇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천대한다. 숭배하거나 천대하거나. 모든 대상화된 존재가 마주하는 이중적인 얼굴이다.” 

 

보편적으로 무당은 쉽사리 직업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대중매체는 종종 무당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한다. 그러한 콘텐츠에서 무당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정면으로 산다. 잠깐, 나는 그런 것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 함께 웃었을지도. 무당이란 다 저런 거지, 라고 생각했을지도.

이런 무당의 이미지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소설이 있다. 사실 ‘도전’하고 있다고 하기에 이 소설 속 무당은 지극한 소시민이다. 귀신을 보아도, 알아도 그렇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 사람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서고에서 들리는 방울 소리가 무서워 들어가지 않았다가 팀장에게 대차게 혼난 이 말단 사원은 귀신을 보고 있으니 분명 무당이다. 그러나 제목마저 가련한 《귀신 잡느라 연차 씁니다》 속 ‘나’는 내일 지구가 망한다는 걸 알아도 오늘 출근해야 하는 처지이기도 하다. 끔찍한 것들을 보면서도 목숨보다 팀장의 명령을 귀하게 여기며 그에 복종해야 하는 직원 세인은 할머니 마사란의 장례식에서 처음 귀신을 본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그 귀신에게 자신을 허락하고 만다.

세인이 귀신을 보는 과정과 이계에 불려가는 모든 과정에는 독자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만한 ‘무당 입문 의례’, 그러니까 홍칼리의 말을 빌리자면 빙의나 신병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 소설은 판타지 신화 소설의 도입부처럼 일반적인 인물이 이계의 존재들을 맞닥뜨리며 시작한다. 이 접촉은 꽤 신비스럽다. 그러나 어느 순간 SF로 탈바꿈한다. 기술이 발달하여 웨어러블 기기가 본격적으로 일상화된 세인의 시대에는 마치 일상이 게임처럼 묘사된다. ‘귀신 잡느라’ 연차를 쓰는 건 회사원이지만 그의 앞에 놓인 모든 퇴마의 과정은 게임과 같다. 스킬이 열리고 기밀이 풀리고, 아이템을 얻는다. 모든 무당이 이런 식으로 귀신을 잡는다면 머지 않아 프로게이머보다 인기 직종이 되겠지만, 이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다.

그리하여 이 환상적이고도 지극히 기술적이며, 신화적인 한편 현실적인 퇴마록의 서두에서 졸지에 무당이 되어 버린 주인공 세인의 이야기를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몇 가지 살피고자 한다. 물론, 모든 이유의 가장 앞에 오는 건 세인이 연차를 내고서까지 귀신을 잡으러 갔다는 데에 있겠지만. (회사원은 연차를 아무 때나 쓰지 않는다)

 

 

1. 게임판타지? 아닌데요 퇴마록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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