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나라엔 어둠이 내려도 조금도 무섭지 않네요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너네 집에 가도 돼? (작가: 샤유, 작품정보)
리뷰어: , 17년 3월, 조회 346

당신의 나라엔 어둠이 내려도 조금도 무섭지 않네요

박혜경 – 동화 中

 

친한 친구끼리 잘 하는 말이 있어요. “너네 집에 가도 돼?”. 샤유 작가님의 <너네 집에 가도 돼?>는 시아의 이 말 한마디로 시작합니다. 수진이의 ‘가장 친한 친구 였으니’까요. ‘하지만, 오늘부터는’ 아닙니다. 수진이가 봤거든요. ‘괴담보다 더 무서운 것을’요. 핑계를 대는 수진이의 팔짱을 끼고 시아는 기어이 따라 나섭니다. 시아는 ‘그냥, 수진이랑 좀 같이 있고 싶’습니다.

브램 스토커가 <드라큘라>를 창조한 이후, 흡혈귀는 진정 불멸의 존재가 됐습니다. 소설 연극 영화 드라마로 무수히 재탄생하고 있으니까요. 불사의 흡혈귀는 그 강한 개성 만큼이나 다양한 해석이 따라 옵니다. 19세기 전염병의 공포, 종교와 금기의 충돌, 이성과 감성, 성(性)과 에로티시즘, 심지어 성소수자의 서사나 페미니즘적인 시각으로도 해석하는 텍스트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존재란 뜻이겠죠.

그가 흘리는 매력에 기꺼이 목을 내주는 이야기 속 사람들 만큼이나 관객과 독자 역시 그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동경하고 혐오하는 동시에 사랑하곤 합니다. <너네 집에 가도 돼?>는 그런 흡혈귀를 향한 두려움과 사랑을 함께 담은 좋은 단편이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에로틱하게 말이에요. 엄마가 없는 집에 ‘시트 정리가 덜 된 침대’도 물론이지만 적절한 긴장감이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사실상 수진과 시아의 대화만으로 이야기의 대부분을 이끌어고 있어요. 이런 경우 아이디어가 전부인 작품이 되기 쉽죠. 하지만 간결한 문장과 과감한 문단 나눔, 너무나 잘쓴 대화들 덕에 매력적인 단편이 탄생 했습니다. 핑퐁 게임이라도 하는 듯 아슬 아슬한 수진과 시아의 대화에 공을 많이 들이시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내가 싫어진 거야?’ 라는 흡혈귀의 물음에 ‘…아니. 좋아해.’ 라고 대답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생각해보니 박혜경의 노래가 떠올랐어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건 무서운데 무섭지 않다고 하는거 아닐까요? 좋은 작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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