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를 왜 줘도 못 먹어 공모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케이크래 판타지아 (작가: 유권조, 작품정보)
리뷰어: 캣닙, 19년 1월, 조회 91

주인공 아림은 결국 케이크를 맛보긴 했을까요? 글을 읽으면서 내내 궁금한 부분이었습니다.

밤새 케이크를 여러 개 만들었다니 먹어보기야 했을 테지만 이게 또 확실하게 나오질 않더군요. 이러나 저러나 찻집 점주가 내준 케이크를 못 먹었으니 자신의 서툰 먹거리를 무엇에 비교해야 할지 알긴 할까요?

어미 새가 새끼 새한테 먹이를 나르듯 열심히 떠먹여 주는 남주와 그저 받아먹기만 하는 여주의 관계는 아림이 실패한 과거 고백들의 연장이며 그 자체로 캐릭터의 특성으로 보입니다.

글과 시를 익혀 만들어 바쳤지만 거절당하고, 작곡도 배워 고백했지만 또 실패하고. 찻집 점주가 준 케이크도 제대로 못 받아먹고. 물론 이름도 없는 점주의 마음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글도 모르면서 왜 차를 끓이는 비법서를 주문했는지 역시도요.

솔직히 케이크를 주면서 포크를 주지 않은 것은 고의인지, 아님 몰라서인지 참 고약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이 케이크나 여타 디저트에 무심하거나 아예 싫어하는데 그저 공모전 조건에 충족하고자 끼워 넣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였죠.

달달함과 거리가 먼 쓴물만 삼키는 애송이의 이름이 쓰리다와 비슷한 아리다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나름 어울리는 개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명색이 테이스티 공모전에 내놓은 주인공이 16년 평생 처음으로 케이크를 만났건만 그 맛에 대한 감상이 전혀 없다니 개인적으로 너무하단 생각이 앞섭니다.

직접적으로 뭔가를 먹는 장면이 전혀 없는 아림과 반대로 나왔다 하면 먹기만 하는 람 옹주는 그래서 대비점이 명확하다 못해 과도해집니다.

별 볼 일 없는 출신의 아림과 고귀한 왕족 출신 람람 옹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아림과 묶여있는 람람 옹주.

그래서 몸 하나는 튼튼한 아림과 신체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람람 옹주.

여러 가지를 열심히 익히지만 다 불완전하다 못해 말까지 어눌한 아림과 뭔가 멘탈 갑에 청산유수인 람람 옹주.

케이크를 직접 먹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 아림과 밥투정 없이 잘 먹는 람람 옹주.

이러한 캐릭터 대비가 스토리로 확장되어 서사를 이룬다는 부분이 작품의 특성이자 작가님의 노림수라 여겨집니다.

케이크를 줘도 못 먹는 남주와 단것을 많이 먹어 봤고 또 먹고 있는 여주는 맛에 대한 공통분모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촉매제로 또 다른 감각 ‘냄새’가 등장을 하죠. 옹주가 크림 냄새로 람에게 흥미를 보이고 이에 람은 오직 냄새에 대해서만 떠들게 됩니다. 설마 미맹 설정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맛에 대한 대사 자체가 없습니다.

생선 냄새에서 시작된 주인공의 냄새 타령은 옹주에게 바친 탄내 나는 케이크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달콤한 냄새와  쓴맛으로 예상되는 탄내. 단짠이 아닌 단탄 조합이라니… 사실 탄내도 스모키향이라 하여 빵이나 술에 있어 중요한 맛 요소로 꼽히는 점을 떠올리면 의외로 괜찮은 맛일지도 모르지만 옹주님 평가는 그냥 ‘맛없어’ 입니다. 달기만 한 게 아니라 씁쓸한 탄 맛도 한데 어울렸으니 이야말로 풋내나는 첫사랑의 맛이요, 테이스티라는 테마에 어울리는 맛이긴 합니다.

하지만 너무 극단적인 두 맛이 섞이면 조화가 아니라 이도 저도 아닌 맛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맛과 쓴맛의 조화로 초콜릿, 커피 등이 있지만 이 작품은 그런 느낌과는 거리가 있으니까요. 더구나 한쪽은 맛이 아닌 냄새만을 강조하고 있음에야. 구운 생선의 쌉싸래한 스모키향과 달다 못해 감각이 마비되는 단맛 사이에는 그저 손가락과 혀가 있을 뿐입니다.

극과 극의 대비는 옹주의 객실이건 어디건 어떻게든 갈 수 있도록 표현되는 아림과 꽁꽁 묶여있는 람의 부자유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하지만 다른 요소를 암시할 의도가 아니라면 차라리 니캅이나 부르카를 두르는 정도가 적당하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손가락 크림을 빠는 회상을 비록 농담이라지만 성추행이라 한 점주의 말마따나 람의 행색은 참으로 여러 해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크림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그렇고 그런 메타포로 실컷 우려 먹힌 바 있죠. 하다못해 재갈이나 코마개 중 하나만 없었어도 호흡곤란에 대한 걱정은 덜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런 부분은 위험한 침투 작업에는 유능하고 생활력 좋고 비록 서투나마 이것저것 익혀 교양도 있지만 묘하게 언변과 상식이 문맹들보다-아무리 연령차가 있다지만- 형편없는 이상한 남주. 그리고 전족처럼 묶여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연약한 육체에 기적처럼 깃듯 어른스런 정신으로 홀로 귀족들과 만찬 자리를 가지는 뭔가 천재 같은 여주라는 설정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연작으로 이어져 숨은 사연과 설정이 더 드러난다면 이해되겠지만 현시점에서는 그저 다양성 실험을 위해 개연성을 희생한 결과로 보입니다.

차라리 전개의 자연스러움을 위해 과도한 설정보다는 좀 더 평범한 모습도 괜찮지 않았을까요? 특히 람 옹주의 처지는 푸아그라의 거위처럼 비참한 데 반해 배경과 스토리는 너무 느긋하고 평화롭기만 합니다. 개인적으로 붕 떠 있는 배경으로만 다가와 몰입을 저해했습니다.

결국 주인공은 옹주의 눈가리개를 손에 넣는 데 성공합니다. 마냥 실패만 한 고백은 아니었다는 결론이죠. 비록 제대로 된 고백도 케이크도 아니지만 람의 눈가리개가 아림 생애 최초의 단맛일지도 모릅니다.

보이 밋 걸 하면 첫사랑이고 이런 풋사랑은 달달함 보다는 씁쓸함으로 여운을 남기는 클리셰가 많습니다. 맛의 온도차와 달리 플롯은 잔잔한 일상 위주로 흘러가는 내용도 많죠. 케이크래 판타지아도 여기에 속합니다. 하지만 제목 케이크래 환상곡이라는 테마는 생애 최초로 맛없는 케이크… 케이크래를 먹어본 람에게만 해당할지도 모릅니다. 비유적으로 눈가리개를 통해 단맛을 봤다곤 해도 정작 제대로 된 달콤한 케이크를 먹어보지 못한 아림은 온전한 맛의 대칭을 이루지 못했으니까요.

앞서의 리뷰들이 워낙 걸출하기에 500골드는 포기하고 부탁하신 신랄함 위주로 글을 늘어놨습니다. 제가 글의 맥락을 잘못 짚고 쓴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신랄함에의 이유를 써 올리자면 바로 케이크에 대한 취급 때문입니다. 주인공이 미맹이 아니라면 최소한 한 번은 제대로 만들어진 케이크를 먹어 봤어야 했습니다. 케이크는 단순히 맛있다, 없다. 달다, 쓰다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디저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상으로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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