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도 잘하지 않아도 괜찮았으면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아이들은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작가: 한켠, 작품정보)
리뷰어: 엔별, 19년 1월, 조회 290

이 소설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가정의 모습을 옮겨왔다고 할 수 있다. 현대 한국에서 점점 붕괴되어가고 있는 중산층에 남아있는 이 가족은 상류층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자식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 엄마와 돈버는 기계로 전락해버린 아빠, 그리고 그 사이에서 고통받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초점은 딸인 가윤이에게 맞춰져서 진행되고 있다. 가윤이가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많은 학원을 매일매일 다니고 있고,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아빠에게 강제로 체험학습을 받고 있다. 부모의 욕심으로 인해 ‘겨우 초등학생’인 딸이 벌써부터 팍팍한 현실을 겪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피해자는 딸, 가해자는 부모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소설의 결말부분에서 엄마인 윤정씨가 고백하게 된다.

“지원만 해 주면 잘할 수 있는데 투자를 안 해줘서 재능을 썩히고 나처럼 그저 그런 사람이 될까 봐 이것저것 다 해주려고 했어요.”

 

자식이 잘 안되기를 바래서, 아니면 복수하기 위해서 학원을 뺑뻉이 돌리고 지식을 넓혀주려고 노력하는 부모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자기처럼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행동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마음 또한 자식들도 알고는 있을거다. 하지만 안다고 그 과정이 덜 힘들다거나 쉬워지지 않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매우 어렵고도 복잡한 충돌이다.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마음에, 상대방을 만족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일어난 싸움이다. 상대를 위하다보니 상대에게 오히려 피해를 주는 다툼인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소설의 화자인 일도의 시선으로 보면 어른인 부모가 너무나도 나쁜사람으로만 묘사된다. 제목처럼 어린이는 잘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어른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더 이상 발전이 없는 것 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어른이라도, 부모라도 그 또한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이 대단한거고 오히려 이상하다.

 

딸은 해봤지만 부모가 처음이라는 일도의 말 처럼 딸도 딸이 처음이지만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다. 그것도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짧은 시간에 성장해버려서 점점 양극화가 심해지는 이 시대에서 중산층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부모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시선을 가진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비난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가윤이 엄마와 아빠에게 불우한 과거를 딛고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모습을 잠깐 보여줬지만 소설의 마지막 줄에 의하여 이는 기억에서 사라지게 된다.

 

나는 꼭 좋은 탐정이 될 거다. 더 좋은 어른이 될 거다. 가윤이가 날 보면서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고 마음 놓을 수 있게.

이 문장을 보면서 나는 아쉽다는 마음부터 들었다. 그들 또한 피해자일텐데 너무 몰아붙이는 것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잘못한 것은 맞다. 아이에게 큰 책임을 지게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나 또한 아이를 키우게 되면 방목형으로 키울 생각이다. 또한 일도의 이 말도 가윤이 부모를 비난하는 것이 아닌 사회를 조금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자 다짐하는 것임에 틀림없지만 그들 부모가 보게 된다면 매우 섭섭할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즉 소설은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난하지는 않지만 불우하게 굴러가고 있는 가족의 인생을 보여주는 것을 생각하고 썼지만 과도하게 비난의 화살을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어른에게 돌리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느껴진다. 현재의 어른들도 이번 생은 처음이다. 2회차라면 지금보다 더 잘할 자신이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세이브와 로드도 없이 1회차를 진행하고 있는 어른들에게 너무 야박한 대우가 아닌가 싶은 마음을 갖으면서 이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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