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들어오시라 지옥으로…!!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문 뒤에 지옥이 있다 (본문X) (작가: 지현상, 작품정보)
리뷰어: 아나르코, 17년 2월, 조회 92

가끔 그런 상상을 했었다. 눈앞에 보이는 저 문을 열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걸어가서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의 삶도 새로워지지 않을까. 물론 좋은 쪽으로…. <문 뒤에 지옥이 있다>는 이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세상은 -설사 상상일지라도- 장밋빛만 가득하게 아니라는 듯, 나의 즐거운 상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펼쳐 놓는다. 달콤함을 쓰디쓴, 아니 아주 끔찍한 상황으로 바꾸어버리는 것이다. 문 너머에 총알이 빗발치고, 칼에 찔린 시체가 굴러다니는, 지옥과 다름없는 세상으로 말이다.

 

자, 상상해보시라. 아내와 함께 거실에서 평온한 일요일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칼을 든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튀어나온다. 놀라는 것도 잠시, 그들도 우리를 경계하는 것이 느껴지고, 그 틈을 타서 슬글슬금 작은방으로 도망쳐 문을 잠가버린다. 잠시 후 다시 상황을 살피기 위해 문을 열었는데, 이게 뭐야, 우리 집 거실이 아니다. 우리 집이 아니라는 사실 자체도 놀라운데, 시체와 파리가 가득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겁에 질린 채 시간이 흘러가고, 조금씩 상황이 파악되기 시작한다. 문을 열면 매번 다른 공간이 펼쳐지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열기 전까진 어디로 연결되는지 모른다는 사실이고…. 자,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세상의 질서가 무너진 상황에 뭔지 모를 존재의 공포까지 더해지고, 지켜야 할 사람이 있는데 그게 또 내 마음대로 되지도 않는 상황이다. 처음부터 독자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간다. 도대체 이렇기까지 해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겠다는 건가 -약간의 걱정까지 더해서- 궁금증이 커져만 갔다. 하지만 작가는 공간의 이동에서 시공간의 이동이라는 약간의 변화를 통해서 노련하게 잘 풀어나간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자칫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었을 이야기를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휙 틀어놓고는 독자들에게 그 마무리를 넘겨버린다. 그래서 읽고 있는 동안에도 다 읽고 난 후에도 여전히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이다.”라고 사랑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러브크래프트 선생께서는 말씀하셨다. <문 뒤에 지옥이 있다>는 어떤 것이 나타날지 모르는 그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를 보여준다. 게다가 누군가의 남편이고, 누군가의 아빠라면 절대로 하기 싫은 상상까지 추가해 한 단계 더 높은 공포까지 보여준다. <문 뒤에 지옥이 있다>는 그런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지옥을 보여주는…. 지옥을 탈출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당신 스스로에게 달렸다. 일단은 들어오시라 지옥으로. 웰컴 투 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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