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 감상

대상작품: 무명의 경비대장 (작가: 류백경, 작품정보)
리뷰어: 독자 7호, 1시간 전, 조회 4

이 소설의 결말을 읽자마자 나는 깨닫고 말았다. 내가 기막힌 반전이 기다리는 트릭스터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아마 신일 것이다. 나를 끊임없이 되살리고, 딸애에게 향하지 못하게 하고, 이 검사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게 하고, 우리 주민들에게 전염병을 퍼뜨린 건 모두 저 액자 너머의 거대한 사람의 형상을 한 자의 소행일 것이다.

 

굉장히 재밌는 소설이다. 충실한 묘사와 반전이 인상 깊었다. <무명의 경비대장>이 겪는 불행이 가슴 절절히 와닿았다. 그가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딸을 지키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이유. 끊임없이. 계속. 계속. 계속. 백문이 불여일견. 그대도 한 명의 독자로 이 소설을 직접 읽어보시길. 나만 당할 수 없는 대단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SSSS. 그리드맨>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어느 미치광이 프로그래머가 만든 세상. 그 속에서 꼭두각시들이 창조주인 자신을 사랑해주는 세상에 물들어버린 가련한 여고생이 구원받는 이야기다. 이 소설을 읽자마자 그 작품의 왕도적인 서사시와 겹치며 매우 불쾌한 골짜기를 자아냈다. 나는 <그리드맨>처럼 해피엔딩과 인간찬가를 사랑하지만 이 소설은 <무명의 경비대장>을 농락하는 인간의 기분 나쁜, 어두운 일면을 부각하기 때문이다.

역시 슬픈 결말은 싫다. 특히 활짝 열려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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