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숙한 제작자의 소개를 따라 괴담의 가장 깊은 곳으로 감상

대상작품: 괴담 – 방탈출 카페 제작 중에 생긴 일 (작가: 배일랑, 작품정보)
리뷰어: 일요일, 2시간 전, 조회 8

글을 따라 읽다보니 방탈출 카페의 광풍에 휩쓸렸던 시절이 갑작스레 떠올랐다. 친구들 중에 방탈출 카페를 정말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어디에든 갔다. 홍대에 있는 방탈출카페만이 아니고 재미있다고 유명한 곳, 테마와 방을 잘 설계한다고 알려진 곳들을 찾아서 방문하기도 했다. 친구의 이야기는 재미있었지만 어떤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거기 때문에 언젠가 갈 수도 있으니 말해주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재미있나? 어떤 사람들은 방탈출 카페를 만들면서 부자가 되기도 했고 어떤 사람들은 방탈출 카페에서 옆사람과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방탈출 카페에서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사고라고? 정말이야?

사건, 공포, 괴담 이런 것들은 방탈출 카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테마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소재로 한 이야기만큼 책읽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글이 또 있을까? 배일랑 작가의 유려하고 능숙한 글쓰기는 독자들을 부드럽고 친절하게 이야기 속으로 이끈다. 이 이야기를 읽기 시작한 사람들은 자기소개와 공간배경, 그리고 사건의 도입을 소개하는 떨리고 불안한 목소리를 맞이하게 된다. 불평과 불만, 그렇지만 어떤 사건이 해결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슬쩍 엿보이는 능수능란함에 나도 같은 공간에 앉아 방탈출 기획제작팀에서 일하고 있다는 인물의 증언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진지한 제작자의 모습,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에 대한 자부심과 약간의 수줍음 그리고 집중력있는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우리는 정말로 왕십리 어딘가에 있을법한 방탈출 카페를 조사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된다. 그리고 괴담이라고 할만한 부분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현실의 내가 겪었어도 견딜 수 있을까 싶을듯한 이야기가 터져나오는 부분부터는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는 인물에 완전히 푹 빠져들어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공포를 겪은 순간의 정말로 괴로운듯한 사람의 증언이 현실감을 넘어서 진짜같다는 느낌이 든 순간이 들었다.

모든 것은 거짓말이고 그런 거짓말이 우리가 지켜야 하는 유일한 약속인 세계, 그 안에서 펼쳐진 괴담의 이야기는 거짓이기에 즐거운 이야기여야 했다. 하지만 그게 정말이라면? 정말로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면 그 증언을 듣기만해도 솔깃해지고 어디인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야기 속에서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느끼는 솔깃함이 이야기의 바깥에서 안전하게 귀를 쫑긋거리고 있는 독자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짜릿하고 즐거운 부분까지 정신없이 읽어내려오니 이야기가 어느새 끝나있었다. 너무 신나게 내달린 덕분에 빨리 끝나버린 방탈출처럼 아쉽고 또 이런 단편을 읽을 수 있을까?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준 작가의 뒤를 따라가고 싶어지는 너무나도 즐거운 이야기였다.

목록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