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대문호로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마음에 남는 글이라는 것이다. 성경이나 불경, 코란 같은 경전 또한 읽고 나면 무엇인가 마음에 남는 것이 있다.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천 년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세월 속에서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고 읽히는 것은 다름 아닌 읽고 난 뒤 마음에 남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마음에 남는 것이란 대체 무엇인가를 연구해보지 않을 수 없다.
대체로 마음에 남는 글은 그 방향이 내면을 향할 때가 많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들 수 있겠지만, 대부분 외향적인 이야기보다 내면을 들여다보고 내면을 성찰하고 내면의 심리를 풀어낸 글들이 저자의 사후에도 오랜 세월 남기 마련이다.
본인은 리튼라이프 작가의 작품을 두루 접하며 바로 그러한 사실에 다시 한번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작가의 소설은 참으로 치밀하다. 그는 독자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법을 아는 노련한 사냥꾼이다. 그는 독자를 만족하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이것은 결코 작품 속의 구미를 당기는 소잿거리나 빼어난 문장 기교만을 보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가 인간의 내면을 보여준 데에 있었다. 작가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본인은 마치 대중 앞에서 벌거벗은 것처럼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그것은 그가 글 속에 녹인 인간 본연의 탐욕과 집착, 어둠이 지금껏 아무에게도 보인 적 없는 나 자신의 내면과 무섭도록 닮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소원>은 바로 그러한 작품 중 하나이다.
사건의 시작은 한 가장이 퇴근길에 어떤 물건을 사서 집으로 가져간 데서 비롯된다. 그 물건으로 인해 단란했던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고 가장은 광적인 믿음과 집착을 버리지 못해 스스로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지고 만다.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집착에서 벗어나 예전의 삶으로 되돌아가면 될 것을…’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빠져나오기 힘든 현실의 늪에서 허덕이는 가운데 어느 날 갑자기 삶을 호전시켜주는 존재가 등장한다면 과연 몇이나 되는 사람이 거기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을까 하고 궁구해보면 작중의 전개는 참으로 흥미진진하고 오싹하기 이를 데 없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엿보는 악마들은 작품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주인공들에게 굴레를 씌우니 매력적인 반전을 기대한 본인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한 가운데 섬뜩한 결말을 보았다.
작가의 작품들은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주로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어둡다’라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왜 어두울 수밖에 없는지, 무엇이 그토록 어둡게 만들었는지 그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거기에다 귀신이나 혼령, 악마를 비롯한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감칠맛 나는 양념으로 더해져 탄탄한 전개와 사실적인 묘사가 어우러진 가운데 시공간을 초월하여 독자의 눈앞에 생생히 펼쳐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간 내면의 어두운 본성을 독자의 뼛속에 한 자 한 자 아로새길 만큼 잘 담아냈기에 그의 작품을 가히 명작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훌륭한 글은 마지막 책장을 덮은 뒤 죽는 날까지 단 한 문장이라도 마음속에 불멸의 무엇인가가 남는다. 리튼라이프 작가의 작품들이 꼭 세상에 빛을 발해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저마다의 명작으로 남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