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불친절한, <검정> 공모 공모채택

대상작품: 검정 (작가: 녹차빙수, 작품정보)
리뷰어: 김귤, 18년 11월, 조회 45

인류가 생존을 위해 유전자 조작을 통한 인위적 종 진화를 이루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검정>. 주인공의 기억 속에선 모든 사람이 검은 피부를 가진 흑인으로 묘사된다. 인간의 염기서열을 조작하여 가장 최적화된 모델을 만들고, 거기에 부모의 유전자 일부를 집어넣어 후손을 생산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염기서열 방식에는 일부 유전적 질환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를 여전히 갖고 있었으므로, 주인공인 박사는 자신이 고안한 분류법에 의해 사람들을 도시에 거주하게 하거나, 혹은 배제하여 자손을 생산하지 못하게끔 막는데 공헌했다. 고교 졸업 7년만에 수학적인 수사가 접한 탓에 이해가 힘들어서 다소 당황했다…

도입부에서 박사가 기억을 잃은 것은 특정 그룹에서 배제된 탓일 수 있었다. 왜냐면 그는 기억소거제를 투여받아 처음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총통의 사촌조카가 박사와 유전적으로 유의미하게 동일하다는 말은 솔직히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유전적으로 같은 사람이다, 곧 클론이다 라는 이야기인걸까. 여튼 그와 대화하는 사람의 말에 견주어 볼 때, 유전적으로 동일한 두 인물 중에서 총통의 사촌조카가 선별되었고 박사는 그에 따라 배제되었을 것이다.

박사의 얼굴과 주변의 사람들의 얼굴이 거의 유사한 것과 사고방식 또한 동질감을 느낀다는 묘사를 보면 그의 정체가 다소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다. 박사가 있었던 도시는 C- 회사의 염기서열에 따라 부모가 만들어졌고 그 아래로 종번식을 통해 세대를 유지한 곳이다. 총통의 사촌조카의 뿌리와 박사의 뿌리가 겹치지 않는다면 어떻게 유전적으로 동일하다는 결론이 내려질 수 있었을까?

박사는 어쨌든 분류법에 있는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해서 다시 연구소로 돌아와 연구를 시작한다.

글의 내용과 소재는 매우 흥미롭다. 생존에 특화된 인위적인 유전자 조작을 통한 진화를 소재로 삼은 점은 영화 <타이탄>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다만 <타이탄>은 약물 주입과 트레이닝을 통한 종 변화였다면 <검정>은 유전자 염기서열에 직접 관여한다는 점이 차이가 있겠다. 그런데 왜 흑인만이 적합하게 살아남은 것인지, 또는 이 동일해 보이는 무리의 사람들의 외양이 어떠한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아마 이 소설의 핵심적인 부분은 박사가 고안했다는 분류법을 설명하는 부분에 있을 것이다.

기준이 되는 그래프를 가진 사람은 통계적 결과와 무관하게 도시에 거주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준이 되는 자를 기준으로 선정하는 기준이 있어야 할텐데 그 기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기준과 유의미하게 차이를 보이지 못하거나 분산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이들의 배제가 이루어진다고 되어있을 뿐이다. 보안관리자와 대화중일 때도 박사의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박사의 외양과 많은 면이 유사하다.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그렇게 유사하다면 유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모르겠다.

모두가 같은 피부색과 유사한 외모를 가진다고 할지라도 계층은 그 안에서 새롭게 나뉘게 된단 뜻일까. 아니 그런 얘기 같지는 않다. 왜냐면 우리도 한민족이란 인식을 갖고 있었으나 내부적으로 얼마나 많이 그룹을 나누고 서로 차별하는지를 생각해보면 그런 얘기를 할 것 같지는 않다.

글은 재미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의문만 남는다.

1. 왜 검정인가? 2. 왜 흑인인가? 3.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4. 사회적 기준에 대한 문제제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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