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위주 교육환경에 복사기가 되어버린 주인공 공모(비평)

대상작품: 오픈북 (작가: 리두, 작품정보)
리뷰어: 최현우, 17년 2월, 조회 28

억측이긴 하지만, 작가가 아마도 ‘일반인들에겐 이상하게 들리는 법대생들의 대화’라는 유머를 보고 그 유머를 모티브로 소설을 쓴게 아닐까 싶다. 그 유머는 소설에서처럼 법을 공부하는 두 학생이 시험범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대화가 마치 자기들이 그 범죄를 태연하게 저질렀다는 뉘앙스가 되어 오해를 산다는 유머다.
책을 베고 자기만 해도 저절로 내용이 외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도 전 세계에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되길 소망하며 미신인걸 뻔히 알면서도 책 페이지를 뜯어 씹어 먹나보다.

이는 암기위주교육환경의 씁쓸한 단편이기도 하다. 그 학문에 대한 이해나 탐구 보다는 그저 달달달 교과서와 전공서적을 외우기만 하면, 아니 그래야만이 좋은 성적을 받을ㅁ 수 있는게 현실이다. 의무교육으로 10년 이상 영어를 배우고 학교 성적은 훌륭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있게 영어를 한다는 사람이 적은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주인공 나 는 바로 그런 한국인의 고질적은 영어울렁증같은 상황에 빠졌다. 여태것 그저 있는 대로 그대로 외우고 쓰기만 하면 되는 교육과정만 겪어오던 그는 처음으로 ‘이해’를 요하는 시험에 당도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깊은 공감과 함께 깊은 빡침을 느꼈다. 대학에서는 가르칠땐 무조건 암기식으로 배울수밖에 없이 가르쳐놓고 풀때는 이해와 창조성을 논한다. 대학교수들의 무책임성은 비단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 할거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깐깐하고 요즘 대학생들 글쓰기 실력이 형편없다며 논리적 글쓰기 타령을 하던 ‘헬교수’가 가장 칭찬하며 추천했던 글은 그저 단순히 교과서를 달달 외우기만 했던 ‘나’의 답안이었다. 여기서 교육사회의 모순점이 극명히 드러난다. 앞서 말했듯이 말로는, 대외적으로는 창의성 논리적 기타 뭔가 새로운 것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인정해주는 것은 캐캐묵은 암기라는 것을 절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심지어 헬교수는 나를 칭찬한 뒤 따로 불러서 대놓고 ‘제녹스(복사기 브랜드) 군’이라고 부르며 그 ‘전공서적을 그대로 배낀’부분을 칭찬하기까지 한다.

PS.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 나는 ‘열없다’라는 표현을 알지 못했다. 새로운 어휘를 알게 해준 이 소설에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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