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가 보는 살인게임 의뢰(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신인류의 아레나 (작가: 최의택, 작품정보)
리뷰어: stelo, 17년 2월, 조회 160

3번째 리뷰 의뢰를 받았습니다. [신인류의 아레나]는 스릴러 장르입니다. 전부터 리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저는 스릴러보다는 추리에 익숙합니다. 잘 모르는 스릴러 장르는 뒤로 미루고만 있었죠. 결국 이렇게 직접 의뢰를 받고 나서야, 리뷰를 쓰게 되네요.

한 문장 요약 : 독자는 주인공을 따라 제3자로서 냉정하고 침착하게 살인 게임을 관찰하게 됩니다.

제3자로서 보고 있자니 이질적이기 짝이 없었다. 처음 논했던 대로 사회에 쓸모 없는 ‘쓰레기’를 처리한 거라면 이런 기념 파티쯤 못 할 이유 없다. 청소년인 우리가 공부 대신 쓰레기 치우는 데 시간 낭비한 게 흠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처리한 건 문자 그대로의 쓰레기가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즉, 우리는 살인을 저질렀다. 그리고 그걸 자축 중이다. 뭐, 이런 좆같은 상황이 다 있어?

[신인류의 아레나] 작품 소개

 여러모로 잘 짜인 작품입니다. 리뷰를 여럿 쓰다보면 흔히 마주치는 단점들이 있습니다. [신인류의 아레나]에서는 그런 문제점이 거의 없습니다.

설명부터 하지 않고 조금씩 보여줍니다. 설명을 해도 긴장된 상황 속에 넣습니다. 주인공인 도경은 비교적 평범한 사람으로, 조금씩 살인 서클인 ‘올림푸스’에 대해 알아갑니다. 제가 늘 말하던 왓슨 역이죠.

이야기는 도입부부터 극적인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모든 장면이 갈등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이야기는 착착 진행되고, 인과 관계가 자연스럽습니다.

시험,학교, 학생인 주인공들은 일상적이고 사실감을 높여주는 소재입니다.

문장은 간결해서 읽기 편하고, 문단 길이도 적당합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무감각하고 무감정했습니다. 이야기에 이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긴장감도 별로 없었고요. 분명 잘 쓴 작품인데 어째서일까요? 저는 이 미스터리를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신경질적인 세계

 [신인류의 아레나]는 작가의 말에서도 나오지만 잔인하고 반사회적입니다. 시작부터 고등학생을 구타하고 발길질하고, 각목으로 다리뼈를 부러트리죠. ‘나’도 다른 인물들도 냉소적이고 신경질적입니다. 인물 하나하나를 떠올려 봐도, 다들 비꼬거나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캐릭터들에게 이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인간은 냉소적이거나 분노하기만 하진 않습니다. 그 밖에도 많은 감정들을 느끼죠. 기쁨, 안타까움, 놀람, 두려움, 소외감, 우울감… 하지만 주인공은 그런 감정들을 느끼지 못합니다. 냉정침착하고 계산적이죠.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요.

예를 들어 친구가 각목에 맞고 있을 때…

“저걸로 맞았다간 크게 다칠 텐데. 하지만 섣불리 나설 수는 없었다. 그러면 상황이 정리도 안되고 끝날 게 뻔한데, 그럼 이 난제의 해답을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안타깝 거나(친구가 다칠 것 같은데), 놀라거나(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게 이상하죠. 폭력을 흔히 보기도 어렵고요), 심하면 두려워할지도 모릅니다. (내가 들킬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주인공은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죠. 독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에게 거리를 두게 됩니다. 이입하더라도 똑같이 무감각해질 겁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관찰자이자 화자이기도 합니다. 성공한 이야기들을 보면 주인공이 고기능 사이코패스라도, 적어도 시점 인물은 평범한 왓슨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인공은 생각보다 평범하지 않았지요. 왓슨보다는 예비 살인자에 가까워 보입니다.

 관찰하는 주인공

 주인공은 안전한 곳에서 구경만 합니다.  행동하질 않습니다. 학교나 병원은 물론 예외지요.

 하지만 이 작품 제목은 [신인류의 아레나]지 [입시 전쟁]이 아닙니다. 아레나에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주인공은 말을 하질 않습니다. 누군가 계속 설명을 하고 그걸 듣고만 있죠. 주인공은 가만히 있는데, 자기들끼리 “왜 아무나 받아주냐”고 싸우고 “앞으로 함께해야 되잖아”하고 정리도 합니다. 주인공이 의견을 겨우 내도 무시당하고 끝납니다. 주인공 없이도 알아서 뭔가 일이 진행됩니다… 주인공은 제3자일 뿐입니다.

 그래서 시작부터 친구가 각목을 맞거나, 최류가 욕을 먹어도 무감각했던 거지요. 그건 ‘남 일’이니까요. 주인공도 혜진과 최류를 걱정하지 않는데요. 이미 2겹으로 거리를 두고 있는 셈입니다.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당연합니다.

 주인공이 수동적인 이유는 위기에 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칼을 맞아도, 주인공이 칼에 맞으면 어떨까요? 독자는 주인공에게 이입하게 되고, “주인공은 어떻게 될까?”하고 궁금해하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익숙한가? 정말 개성적인가?

 [신인류의 아레나]에 나오는 캐릭터와 소재들은 전형적인 면이 있습니다. 물론 특이하고 잔인하죠. 하지만 그 잔인함조차 클리셰가 되면 효력이 사라집니다. 캐릭터들은 인간보다는 NPC1처럼 보입니다.

 주인공인 도경을 볼까요? 천재인 형제와 비교당하는 둘째는 닳고 닳도록 나온 소재입니다. 성적에만 신경쓰는 허영심 많은 어머니도요. 저는 이런 사람들을 제가 고등학생일 때 현실에서도 봤습니다. 영화에서도 봤습니다. 드라마에서도 봤습니다. 당장 [선암여고 탐정단]의 주인공 ‘안채율’도 이런 유형이죠.

 부잣집 자제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잔혹하고 셔틀에게 화를 내고, 몇 천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며, 범죄를 저질러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어디서 본 것 같죠. 이런 재벌 2세들이 나오는 사회 고발 영화/드라마/소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류’는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다면적이고 독특합니다. 왜 그럴까요? 관계마다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첫 장면을 생각해보세요.

 혜진이를 구하기 위해 남자에게 각목을 후려칠 때는… 구경만 하지 않았죠. 명령에 불복종하는 용감한 면이 있습니다. 혜진이를 좋아하는 걸까? 하고 생각도 들죠.

 하지만 곧바로  “미안”이라고 말하죠. 여기서 또 남자와의 관계를 짐작하게 합니다. 겁이 많고요.

 주인공과 만날 때에는 어떤가요? 기억력이 나쁜 오타쿠 같은 면이 있죠. 피자도 이상하게 먹습니다.

 한편 또  폐공장에 살게 된 사연이나, 주식에 장난을 치고 싹싹 빌 때는 약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유능하기도 합니다. 주가 조작 시나리오를 짠 건? 최류입니다. 주인공에게 올림푸스에 대해 설명해주는 건? 최류입니다. 담임 뒷조사를 능숙하게 해내면서 추리를 해내는 건? 최류입니다.

 

 주인공인 도경에게도 똑같이 할 수 있습니다. 주변 인물들에게 ‘성적’과 무관한 다른 면모를 보여주게 하면 어떨까요. 혜진이와 체스를 두는 것처럼 말이죠.

 결론 : 제 3자가 보는 살인게임

 이입하기 어렵다고 해서 꼭 단점이 되진 않습니다. 반사회적인 내용을 다룰 때에는 의도적으로 독자가 거리를 두게 만들기도 합니다. 범죄자에게 공감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독자가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도록 유도하는 거죠.

 또 다른 가설은 7화가 전환점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주인공은 제3자로서 ‘올림푸스’와 ‘아레나’를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6화의 결말에서 그리고 진실과 마주했습니다. 그 역시 살인에 ‘가담’하기까지 했죠. 과연 주인공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할까요? 만약 그렇다면 살인을 멈추려할지, 주도하려 할지?

 해석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겠지요. 하지만 작가님이 정말 어떤 의도로 쓰셨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문제점일 뿐이라면 고치시겠죠. 주인공을 위기에 쳐넣으셔도 되고, 다른 방법을 찾아내실 수도 있겠지요. 선택은 작가님께 달려 있습니다.

 

 제 리뷰는 여기까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며칠 동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큰 단점 없이 잘 쓴 것 같은데, 저에게 와닿지 않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더군요. 그 이유를 찾아서 어떻게 정리하고 나니 또 단점만 적어놓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뷰를 쓰는데도 시간이 가장 오래 걸렸습니다. 늘 그렇지만 제 리뷰가 도움이 되었다면 기쁘겠습니다. 이왕이면 홍보도 되었으면 좋겠네요.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리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리뷰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제 리뷰가 어떠셨는지 말씀해주시면, 앞으로 리뷰를 쓸 때 참고하겠습니다. 브릿g의 쪽지 기능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야기가 길어지시면 이메일(twinstae@naver.com)로 보내주셔도 됩니다.

평가에는 크게 다음 세 가지를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1. [심리적 안전감] 리뷰를 읽으시면서 특별히 공격적이거나 비판적이라고 느끼신 부분이 있나요? 있다면 어느 부분인가요?
  2. [맹점] 리뷰에서이런 걸 놓쳤다고 설명하고 싶으신 부분이 있다면?
  3. [도움이 된 부분] 리뷰의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되셨나요? 제가 어떤 내용을 써드리면 도움이 될까요? 피드백? 분석? 장점(칭찬)? 솔직한 감상?

2)번 만큼이나 1)3)번이 중요합니다. 평가를 받았는데 다들 의도만 설명하시더라고요. 이런 비유를 썼다던가, 어떤 의도로 기법을 썼다던가… 작품에 대한 설명도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제가 앞으로 리뷰를 쓰는데 더 도움이 되는 건 아무래도 1)3)번입니다.

맨입으로 써달라는 건 아닙니다. 리뷰 평가를 해주시면 앞으로 다른 작품도 읽고 몇 번 더 리뷰를 써드리겠습니다. 물론 의뢰비는 안 받고요. 저도 바빠서 모든 작품을 읽지는 못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정책을 밀고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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