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희망적이었어야 했을까요?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우주탐사선 베르티아 (작가: 해도연, 작품정보)
리뷰어: 선작21, 18년 10월, 조회 107

<이하의 리뷰는 심각한 스포일러를 함유합니다. 반드시 본편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하의 리뷰는 심각한 스포일러를 함유합니다. 반드시 본편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하의 리뷰는 심각한 스포일러를 함유합니다. 반드시 본편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 글, 진짜 좋은 글이라구요.

 

질투가 있습니다. 이 질투는 업로드 1일만에 읽음x5를 달성하는 모든 작가에 대한 질투입니다. 복지사회가 화두가 되는 시대, 우리 브릿G 속에서도 복지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못 쓰는 작가를 위한 읽음 지원제도 같은 걸 마련하는 건 어떨까요? 10월은 모든 존잘님들이 글을 안 내는 겁니다. 그럼 내 글도 좀 읽히겠지? 이야! 정말 깔끔한 생각이야!

각설하고, 음… 아마 다음 주 편집장의 시선에 확정적으로 올라갈 만한 글이고, 또 그럴 거라고 생각하니 문단과 문장에 대한 이야기는 별도로 하지 않겠습니다. 이 작가는 이미 기본을 넘은 작가고, 전 그 위의 경지로 나가지도 못했을 뿐더러, 기본 위에 있는 건 단지 취향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가의 문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모든 건 단지 스타일일 뿐입니다. 절대적으로 옳고 틀린 건, 이 정도의 수준에선 논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선 개인적인 아쉬움, 아주 작은 트집들만 짧게 적어보고자 합니다.

글 전체를 총괄하는 서스펜스가 아주 매끄럽게 (안녕 아킬레우스에서도 보이던, 이 작가의 대표적인 장점이지요) 진행되는 것에 비해서, 장면 전환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영화 쪽에 비유하자면 잭 스나이더의 반대 사례(…), 혹은 크리스토퍼 놀란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500년만의 귀환 -> 지구의 파괴 -> 자신의 정체를 깨달음이라는 일련의 구조는, 사실 서사적으로 한번에 엮기 상당히 힘든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 작가는 매끄럽게 해냅니다. 이전 안녕 아킬레우스에서 선보였던 타임리프 + 호러 스릴러적 재해석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엮기 힘든 걸 묘기 수준으로 엮어내는 솜씨는 참 좋습니다.

다만 장면 장면의 전환은 쉽사리 이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대표적인 부분은 2->3 섹션의 구분인데, 2섹션에서 제시되었던 <달에서의 연락두절>이라는 떡밥을 3섹션의 <지구 파괴>라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이어야 하는데, 이 짧은 전환에서, 정작 지구의 윤곽이 언급되지 않습니다. 지구에 무슨 일이 생겼다, 는 것과 지구가 참혹하게 파괴되었다, 는 좀 다른 수준의 이야기고, 이러한 부분이 너무 급작스럽게 (말 그대로, 리아트리스의 느닷없는 경악과 함께) 나오는 느낌이 듭니다. 세상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창문 밖은 충격적이었다.> 나, <그러나 나는 그걸 후회하게 되었다.> 같은 짧은 문장으로 커버를 쳐 줬으면 어땠을지 생각해봅니다.

또, 대체로 이야기가 좀 다급하게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지구 조사의 일처리 방법에선, GANNnet의 안드로이드라는 느낌도, 인간의 일처리라는 느낌도 나지 않습니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작가의 작위적 일처리 느낌이 납니다. 지구 전체에 로버를 딱 여섯 개만 보낸 이유, 마지막 하나를 남극에 넣었다는 것 – 이러한 일련의 조사 행위가, 착착 맞춰서 전개되기 보다는, 그때그때 편의적으로 등장한다는 인상이 아주 약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어내는 방법이 있진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마지막의 결말 또한 걸리는 부분입니다. 인류는 미쳐서 자살하고, 안드로이드 또한 레몬이 미쳐버립니다. 모두 태워서 아무것도 없는 무의 세계로, 집으로 갑니다… 이런 결말이 아니거든요. 느닷없이 등장한 (비록 복선 제시는 충실했지만, 좀 ‘뜬금없다’는 느낌이 드는) 쉘터 사람들, <사실 우린 우주의 중심을 조금만 분석했으니까 더 뒤지면 뭐가 나오지 않을까?> <그러겠네요. 커피 한잔 타 주실래요? 데헷☆> 같은 결말은 지나치게 밝아 보입니다. 이는 이 소설 자체가 현실의 SETi 프로그램 및 외계인 찾기에 대한 은유라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있을지도 모르니 계속하자’ 라는 밝고 희망찬 마인드를 넣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만은, 제게는 전체적, 직전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좀 성급해 보이는 결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상기된 부분을 제외한 모든 것이 장점입니다.

인류 전체를 PNN이라는 네트워크로 묶어보겠다는 도발적인 생각. 그리고 그걸 말이 되게 하는 SF적 상상력. 인류의 우울증이라는 절망에서 오는 불안감. 압도적입니다. 뭐가 압도적이냐구요? 이 작가의 필력이. 흔히 어릴 때 한두번은 해보지 않습니까. 이런 걸 소설 속에서 구축하는 게 정말로 힘든 일입니다.

빠르게 바뀌는 주제를 170매라는, 짧다면 짧은 분량 속에서 이어가는 것. 해냅니다. 그 주제 안에 철학적 논쟁 간단하게 섞어서 해설하기. 해냅니다. 더럽게 재미 없는 걸로 유명한 실존주의 조크. 재밌게 해냅니다. 더 할 말이 없습니다. 이 글은 근래 본 글 중에서 가장 잘 쓴 글입니다. 문체는 깔끔하고 기능적이고, 서사는 분위기를 시종일관 리드하며, 스페이스 오페라의 상상력이 독자를 휩씁니다. 나도 좀 이렇게 잘 썼으면 좋겠네요. 부들부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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