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영화를 보고, 이렇게 또 울고 불… 지는 않습니다. 이 글은 그런 글입니다. 글을 읽을 때 저는 보통 이미지를 떠올리는 편입니다. 이 글은 읽으면서 레몬 맛 사탕의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노란색의 산뜻하고 맑고 달달한 레몬 맛 사탕. 라이트노벨 스타일의 연애묘사라는 건 얼마나 ‘달달하냐’, 그리고 그 독자가 얼마나 그 ‘달달함’을 대리만족으로 체험할 수 있느냐가 됩니다. 라이트노벨의 히로인이라는 건 단지 주인공의 연인 뿐만 아니라, 대체로 독자의 가상연인 역할 또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에’ 하기 쉬워야 성공한다고나 할까요…).
이 글은 잘 쓴 글입니다. 잘 쓰지 못해서 민망하다고 하셨는데, 대체로 깔끔한 묘사와 적절한 스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달달한 도입부가 지나고 자칫 늘어지기 쉬운 템포를 깔끔하게 스킵하면서 붙들어 나갑니다. 단편 소설, 혹은 라이트노벨보다는 단편 영화에서 많이 보이는 편집 스타일입니다. 나는 이렇게 사랑에 빠졌다 -> 화면을 암전시키고 순간순간의 짧은 묘사 (와 복선 삽입) -> 그리고 혼자 소파에 앉아 있는 주인공… 이런 식이죠. 독특하고 좋았습니다.
다만, 제 개인적으로 딱 조금만 아쉬운 부분은 불안감의 삽입이었습니다. 후반부에서 주인공이 독자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 순간의 임팩트를 위해서는, 강한 빌드업이 필요합니다. 이른바 벽난로 위의 모닝스타… 같은 것이죠. 행복의 순간 속에서도 언뜻언뜻 주인공 주변을 맴도는, 그런 행복과 대비되는 불안감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불안감은 독자를 빠져들게 하고, 또 공감하게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아이디어가 떨어질 때 대충 위기를 넣고 박박 우길 수 있게도 만들어줍니다.) 이러한 불안감은 복선과는 다른 무언가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런 불안감이 너무 늦게 나옵니다. 독자가 아이디어를 잡을 수 있는 건 중간의 몸살기가 최초입니다. 그 전에도 찾자면 – 학을 굳이 2만개나 접어야 하는 이유라던지 – 민주가 시한부라는 복선은 충분히 깔려 있습니다만, 이러한 복선은 불안감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네, 맞습니다. 멀쩡한 복선이고 멀쩡하게 잘 들어갔고 심지어 다 읽은 뒤에 보면 이해도 잘 됩니다. 근데 처음 읽을 때는 안 됩니다. 소설 쓰기 더럽게 힘듭니다. 인정합니다. 이게 왜 그런지 조금 말씀을 드리자면, 연출(그리고 독자가 추측 가능한 정보) 때문에 그렇습니다. 조금 더 심하게 얘기하자면 프롤로그가 깔끔하게 깎이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이 프롤로그의 분위기는 라노벨이라는 걸 감안하고 보더라도 너무 밝습니다. 여자친구가 탈주했는데 왜 탈주했지? 라는 생각에서 보통 바로 아, 죽어서 그랬구나… 하는 추론을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프롤로그만 제시했을 때 <이 주인공이 슬픈가?> 라는 질문을 던져서, <그렇다>라는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분위기는 지나치게 밝고 가볍습니다. 그냥 학을 접는 걸 좋아하는 근성 자랑 가이 같잖아요.
그러므로 중간에 몸살기가 나왔을 때 일종의 반전 효과가 일어나는 겁니다. 이러한 반전 효과는 불안감 없이 전개되었으므로 자연스럽게 “왜?” 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독서의 공감대를 끊어버립니다. 따라서 단편이 끝났을 때 독자가 슬픔에 공감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결말 또한, 뭔가 확실한 결말을 내려주지 못합니다. 보증하는 우리의 관계는… 하고 독자에게 턴이 넘어가야 하는데, 독자가 여기서 확실하게 대답을 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이런 상황에서의 <뻔하지만 감동적인 대답>이 없습니다.
글 전체의 문장이 잘 다듬어지지 않은 것도 조금은 눈에 띕니다. 일본식 조어 또한 눈에 자주 띄는 부분입니다. <부활> 선생님이라니, 이거 완전 부카츠잖아… 이런 부분은 퇴고할 때 신경쓰시지 않으면 쉽게 새어나갑니다. (참고로 저 같은 경우는 실수로 학교 축제를 ‘문화제’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크흠.)
글 속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정말 좋았습니다. 풋풋한 사랑 감성, 주인공과 민주 간의 달달한 밀고 당기기나 그런 시츄에이션 연출 같은 경우는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종이학을 매개로 연결되는 둘의 감정선은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부분을 상당히 잘 이으셨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매번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