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많은 글들을 읽으면서 단순한 즐거움 외에도 많은 것들을 얻게 된다. 그중에 하나가 다양한 장르에 대한 것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금까지 이게 무슨 장르인지도 모른 채 읽어 내려갔던 글들도 많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세부 장르 따위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심지어 안다고 생각하던 것들도 -그나마 그것도 가장 상위의 장르 분류지만- 사실은 알고 있다기보다는 특유의 분위기만 조금 느낀다는 정도였다. 물론 내가 전문적으로 이런 것들을 다루는 것이 아닌 이상 그런 거 몰라도 그냥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 어떤 재미라든가 나름의 메시지 같은 것들만 잘 건져 가면 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하나라도 더 알면 아는 척하기 좋기는 하니까 뭐…….
그래서 ‘사이버펑크’라는 장르에 대해서 이리저리 찾아보고 또 알아보게 되었다. 사이버펑크를 완전 후려쳐서 말하자면, 비약적인 기술발전을 이룬 근 미래에 펼쳐지는 인간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기술은 정말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데 그에 발맞추지 못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존재의 문제와 억압되고 통제되지만 결국 저항하고 붕괴되는 사회 체제의 모습을 절망적이고 우울하게 다루는 뭐 그런 장르랄까?!
기본적으로 <사이버펑크는 인공비의 꿈을 꾸는가?>는 사이버펑크라는 장르의 굵직한 특징들에 부합되는 요소들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이보그가 등장하지만 개조 시술에 대한 반감이라든가, 공무원의 일하는 행태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비가 오는 우울한 전체적인 분위기라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그러면서도 또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게 뭔 말이냐면, <사이버펑크는 인공비의 꿈을 꾸는가?>가 그렇게 한없이 우울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환경은 파괴되어있고, 정부의 통제 하에 인공비가 뿌려지고 있어 그 배경자체가 우울하게 그려지고는 있지만, 결코 우울하지만은 않다. 이 무슨 진진자라가 왜 진진자라인지 몰라도 진진자라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은 말을 하는가 하겠지만, 느낌이 그렇다는데 어쩌겠는가. 아무래도 ‘짐과 줄리아’라는 캐릭터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생각보다 많은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되어있고, 그 내용도 흔한 보통의 대화와 크게 다르다고 생각되지 않음에도 각각의 캐릭터가 드러내는 특유의 분위기가 우울함과는 반대의 느낌을 전해주는 것이다. 정확하게 뭐라고 콕 찍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꽤 괜찮은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은 건 무럭무럭 키워나가는 것밖에 없다고 할까?!
아직은 제대로 된 이야기가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의 배경과 제대로 완성되지도 않은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느낄만한 요소들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그렇게 어떤 장르에 집착하지 않아도 될 만큼 멋진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더군다나 개인적으로 참 좋아라하는 작가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것 같은 작품이기에 시작이 아닌 완성된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부푼 기대와 커다란 압박의 의미를 담아 이렇게 리뷰랍시고 글을 남겨본다.
“자,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