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짜인 구성, 그러나 아쉬운 주변 인물 공모(비평)

대상작품: 오픈북 (작가: 리두, 작품정보)
리뷰어: 양하쓰, 17년 2월, 조회 48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홀어머니를 둔 대학생이다. 그리고 기말시험을 앞두고 있다. 직접 돈을 벌어 등록금을 대야 하는 일상에 치인다. 그러던 와중에 초능력을 얻었다.

그가 얻은 초능력은 그의 중간고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공부는 해야겠고,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따려고 애쓰는 어머니가 앞에 있다. 그러던 중에 어쩌다 우연히 책 한 권을 몽땅 외우는 초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초능력 덕에 중간 고사는 아주 손쉽게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교수에게서 칭찬까지 들었다. 갑자기 찾아온 행운 덕에 그는 조금 우쭐해져 있었다.

그러나 오픈북 시험은 그의 초능력으로도 감당할 수가 없었다. 단순 암기만 해서는 시험을 잘 치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중간고사 때 여유 있게 시험장을 빠져나갔던 때와 달리, 시험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엉터리 답안을 적어낼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의 답안지가 채점될 쯤에는 헬교수가 붙여준 제록스라는 이름의 영광이 사라질 것이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보았던 점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코앞에 닥친 기말고사가 치러지는 시험장과 주인공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구성이었다. 시험장에서 초능력을 활용할 수 없는 답답한 심정의 주인공과 그의 배경, 주변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교차되어 작품 속 시점에서 10여분의 시간만 지났을 뿐인데도, 지루하지 않고 독자인 나도 주인공처럼 입술이 바짝바짝 메말라가는 초조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런 구성 때문에 다분히 영상적인 느낌을 받았다. 기본적인 순행적 구조를 탈피했기 때문에 주인공의 변화된 심정을 탁월하게 그려냈다고 느꼈다.

두 번째는 주인공과 대비되는 고이라는 인물이다. 고이는 주인공과 달리 암기에 대단한 공을 들이는 인물로 작년에 본 시험 내용까지 기억할 만큼 대단한 암기의 달인이다. 그래서 초능력을 얻는 주인공보다 훨씬 더 대단한 인물처럼 보인다. 더군다나 그녀는 복수전공자에 도서관의 근로장학생으로 주인공 못지않은 바쁜 일상에 쫓기고 있었다. 다만 작품이 전체적으로 현실적인 일상을 그리는 데 비해 고이의 캐릭터는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마치 일부러 주인공과 대비시키기 위해 만든 것처럼 장치적인 역할만 수행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캐릭터로서의 생동감이 덜해서 읽는 중에 흡인력이 반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마지막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리는 주인공이라니, 마치 대놓고 ‘초능력은 무슨, 노력이나 제대로 하자’라는 교훈을 주는 듯해 불편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의견이다.

전체평은 다음과 같다. 갑자기 얻은 ‘초능력’을 소재로 삼았지만 거창하지 않은 범위 안에서 흥미를 돋우는 작품이었다. 고이라는 캐릭터는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그 외에는 담백하게 잘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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