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좀비 요양원>은 좀비들이 머무는 요양원에서 보안을 맡아 일하는 혜원이 주인공인 단편이다. 그녀는 모처럼 휴가를 받아 집으로 돌아간다. 그녀에게는 언니와 엄마가 있는데, 엄마는 좀비가 된 지 오래였다. 엄마는 장롱에 묶인 채 언니에 의해 개처럼 길러진다. 그 전부터 엄마를 죽이기 위해 노력했던 혜원은 이번 휴가 때도 몰래 권총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엄마를 죽이는 데 실패하고, 엄마를 옮기다가 일본 여행에서 돌아오는 중이던 언니와 마주쳐 몸싸움까지 벌인다. 결국 휴가가 끝나고 요양원으로 돌아온 혜원은 동료 수진에 의해 선거철이 돌아왔음을 알게 되고 누굴 뽑겠냐는 질문을 듣는다. 그 질문에 대해 그녀는 좀비에게도 여권을 발급해주는 사람을 뽑겠다고 대답한다.
이 소설은 그간 보아왔던 좀비물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이 작품 속에서 좀비는 이미 소수 집단이며, 사회적 약자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되어 감금되어 방치되는 존재들이다. 전통적인 좀비 문학처럼 좀비들이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점이 인상깊었다.
또한 혜원은 좀비가 되어 길러지는 엄마를 죽일지 살릴지 갈등하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이는 ‘좀비를 인간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엄마를 죽이는 데 번번이 실패했고, 그렇다고 살려두는 것도 내키지 않는 투이다. 그에 비해 혜원의 언니는 담담한 편이다. 좀비가 된 엄마를 다룰 줄 알고, 그녀에게 개 사료를 먹이며 목숨줄을 연명한다. 그녀는 좀비가 되었어도 차마 엄마를 어떻게 하지 못하는 부류이다.
본래 전통 좀비 문학의 미덕으로 꼽는 것은 생존 경쟁과 스릴과 공포였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좀비를 통해 좀비 현상 그 자체보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또한 좀비 현상을 통해 어떻게든 이득을 취하려는 정치인들도 등장한다. 이 작품의 배경은 좀비 요양원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 병들어 요양원에 가는 이들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은 점이 훨씬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원의 언니를 통해서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우리 세대만의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다.
소재는 좀비였지만 다루는 주제만큼은 실로 현실적이며 일상적이었다. 그런 점에서 좀비물의 고정관념을 깼기 때문에 참신하다 느끼며 읽기도 했지만, 굳이 좀비를 소재로 삼지 않아도 될 만큼 필력이 뛰어나다 생각이 되어 오히려 이런 주제에 더욱 찬작하였어도 좋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