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른 리뷰에도 언급한 적이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언급을 할 예정이지만 글의 제목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가와 작품을 별개로 생각하는 방식이라 굳이 작가를 살펴보지 않는 것도 있고, 책을 고르는 기준도 볼만한 웹툰을 고르는 방법도 그러하다. 제목.
물론 ‘상상공장’이란 제목을 지은 작가님도 많은 고민을 거쳤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상상공장’은 같은 작가의 ‘세대공감’, ‘종말대환영’ 사이에 있었고, 장르는 SF였다. 그러면 표지도 없이 공장이란 단어에서 풍겨오는 부정적인 냄새와 SF까지 결합하면 내 경우에는 나중으로 미뤄도 되는 범주로 빨려들어가버리고 만다.
사실상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직 작가로 데뷔하지 못한 글쟁이와 그런 글쟁이를 안타까워하는 부모님과 제대 날을 손가락 발가락까지 동원해서 세어도 한쪽 발가락은 남는 동생과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UFO라는 놀라운 소재가 엮여서 결과물로 나온 신선하고 유쾌한 내용이다.
글 속의 글에는 ‘이 행성이 아닌게벼.’ 라는 가벼운 제목이 쓰였는데 오히려 이 글에는 그런 가벼운 제목이 더 어울릴 것 같다. SF 개그물이라면 한 번 쯤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부류도 생길 것 같다.
2.
다음은 내용에서 드는 의문점이다. 도롱롱은 왜 외계인이 상공에 떠다니는 이 와중에도 글을 쓰던 선배가 아닌 세영씨를 찾아갔는가 하는 것이다. 오늘 죽더라도 글을 써야 글쟁이인 것이라고 성토하는 선배 쪽이 더 궁금하지 않을까. 왜 와있을까요?라는 물음에 기발한 대답을 내놓는 것도 선배이다. 좀 더 외계인이 세영씨에게 매력을 느낄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글에 관한 성토를 세영씨가 하는 편은 어땠을까.
3.
그 점을 제외하고 글은 매끄럽다. 만약 세영씨가 금수저에 부모님의 열렬한 지지로 글을 쓰는 글쟁이였다면 외계인에게 저작권에 대한 소장을 제출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세영씨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꿈을 좆는 중이었기 때문에 외계인에게까지 돈(!)을 요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월세가 밀려있어서 김치부침개를 포기해야 하는 그 아픔과 상실감을 일관성있게 가볍게 그렸지만 사실은 4달치의 월세가 참 막막했을 것이다. 영악하다는 외계인의 평가는 정확했다. 하지만 상상력을 잃은 외계인들에게는 상상력을 선물하는 댓가를 지불하는 것이 그리 억울하지는 않을 것 같다. 가만히 떠 있기만 한다면 어떤 상상을 할지가 궁금할 정도로 너무 모든 것이 완벽한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으니 아마도 이 재판은 상상력만 가진 세영씨의 완승일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