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무심코 눌러본 소설이 마침 내가 고민하고 있던 문제에 관한 이야기인 건 흔하지 않다. 이 소설은 스토커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항상 같이 딸려온다고 할 수 있는 예민함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 단어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하는 이유는, 어떤 단어가 먼저 나오는가에 따라 다른 한쪽의 무죄가 증명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제 경험을 바탕이 된 작품이라고 하니 공감하며 읽는 사람도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공감하지 않아도 한번쯤 귀기울여 볼만한 내용이다.
평범한 대학생인 나영이는 좋아한는 선배를 따라 들어간 <수화의 이해> 라는 수업에서 신준수를 만나게 된다. 그저 같은 수업을 듣고, 조별과제를 함께하게 된 것 뿐인데 신준수는 스토킹을 하며 나영을 괴롭힌다. 나영은 수업도 빠져가며 신준수를 피하지만 신준수의 시선과 기분나쁜 웃음소리는 항상 나영을 따라다닌다. 결국 나영은 전기충격기를 주문한다. 전기충격기를 가방에 넣고 다니며 남들에게 말하지도 못할 두려움을 참아낸다.
하지만 그렇게 참고 참아온 분노와 두려움은, 신준수를 다시 만나며 터져버리고만다. 좋아하는 선배가 불러서 나간 식사자리에서 신준수가 함께 있는 걸 보고 나영은 신준수에게 소리지르고 그만 좀 꺼저버리라고 욕한다. 잠자코 욕을 듣고만있던 신준수는 나영이 식당을 나가려 하자 자신이 뭘 잘못했냐며 덤벼들고 나영의 전기충격기에 맞아 병원에 실려간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영이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나영의 행동과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도 자연스럽게 심리적인 공포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나영에게 공감하지 않더라도 공포를 느낄수는 있다. 모든게 나영의 착각이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소설을 읽게 된다면 말이다.
작가님의 코멘크를 읽어보면 어느정도 답은 정해져 있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다른 해석의 여지는 남겨 주셨다. 신준수는 정말로 스토커일까. 소설의 끝으로 갈수록 나영이 느낀 두려움의 실체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신준수의 말처럼, 나영이 좋아하던 선배의 말처럼, 그리고 경찰의 말처럼, 나영이 너무 과했던게 아닐까. 너무 예민했던게 아닐까.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그 말은, 신준수의 입에서도 나왔던 말이다. 나영이 다른사람에게 스토킹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게 만든 족쇄같은 말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고 한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다른 사람의 예민함에 대해서는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지는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