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가 고향에 돌아오듯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풍어제豊漁祭 (작가: 자우, 작품정보)
리뷰어: 캣닙, 18년 10월, 조회 95

명태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자 마자 한국이나 못해도 동양이 배경인가? 싶더니만 바로 예상을 배신하고  판타지 배경에서 나올 법한 서양식 인명들이 나와 당황했다. 그것도 바람의 마도사 이후 많이 생겨난 무림의 검기를 변칙적으로 판타지에 수용시킨 한국식 클리셰의 장르 말이다.

다 보고 나니 왜 명태를 주요 소재로 선택했는지 알만했다. 서양에서 대구의 위치를 가진다는 한국의 명태….. 동태, 생태, 노가리, 북어, 코다리 등등, 이름만도 세기 귀찮을 지경의 독보적인 이 생선이 연어처럼 산란을 위해 추운 겨울날 사람들과 가까운 바다에 찾아온다는 사실 말이다.

이름이 많은 명태와는 반대로 주인공은 그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또다른 귀향자인 이장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은 바다에 의해 부모를 여의고 그 고향을 떠나 입신양명에 성공한 사람이다. 독백으로 언급되는 과거사를 보자면 차라리 고향을 잊어버리는 것도 자연스러울지 모르나 부모와 형제 자매들이 끝없이 잡아먹히는 인간들의 바다를 잊지 못 해 돌아오는 명태처럼 주인공은 숙명적으로 돌아와 외부 세상에서 받은 상처들을 베어내려 한다.

이때 심적 깨달음과 검술의 성취를 동일시 하는 다분히 동양적 무협지의 소재가 이 작품에서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기 위한 과정이자 수단이 되는데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부와 명예도 내려놓고 이름 없는 어부가 되기 위해 마지막으로 치뤄야 할 고난이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과 그 결실이 바다에 바치는 풍어제에서 이뤄진다는 일련의 흐름은 귀향과 치유의 의미가 하나로 귀결되는 인상깊은 서사였기에 더욱.

그리고 그 아버지와 어머니의 운명이 명태들의 끝없는 회유처럼 주인공과 이제 연인이 될 엘리자베스에게도 수레바퀴처럼 반복될 것이란 예감이 이 작품을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닌, 소개글 속에 비쳐보인 슬픈 정서로 읽혀지게 하기에 그 여운이 더 깊다.

바다에게 받은 것을 바다에 돌려준다는 축제 풍어제의 제목은 그것의 은유라는 생각마저 든다.

고향과 내전, 상처를 가진 귀향의 정서는 서양에서 수입되는 연어 보다 오히려 익숙한 국내 대표 먹거리 명태로 상징되는 것이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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