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만화가 아니라, 실제로 좀비사태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한국이야 무기규제가 엄격한 편이니 영화처럼 흘러갈 수도 있겠지만, 나이든 여성들도 호신을 위해 핸드백에 권총을 휴대하고 다니는 미국의 시카고는 어떨까? 더블베럴샷건과 레드넥의 상징 택사스에서는? 이는 의외로 많은 좀비영화 팬들이 주장하는 이론들 중 하나다. 실제로 좀비사태가 발생하면 하나 둘 씩 감염되어 소수의 생존자들이 생존을 위해 투쟁하기 보다는, 좀비가 발발하자마자 길 한복판에서 시민들의 총탄에 의해 벌집이 되거나, 흔히 세계 최강이라 치부되는 미군이 개입하여 포격으로 가루로 만들어 버릴 거란 얘기다. 이 소설 ‘성보 좀비 요양원’은 바로 그러한 설정, 좀비가 발발했으나 출동한 국군의 K2세례에 의해 벌집이 되어 포획된 좀비들을 이야기이다.
사실 그래서인지 좀비창작물이 가질 수 있는 여러가지 요소들이나 분위기 등은 많이 배제된 편이다. 작중 묘사는 마치 가상의 좀비 바이러스가 아니라 현실의 전염성이 강한 에볼라 바이러스나 탄저균 등을 연상케 한다. 좀비창작물에 주로 등장하는 인류와 좀비의 대결 보다는, 일종의 하나의 ‘불치병’으로써의 좀비바이러스로 인한 정치적 구조변경, 그에 따른 소시민들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마지막 문장이 인상깊다.
어차피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날 욕하거나 내쫒을 사람은 없었다.
이것은 수진의 투표에서 누구를 뽑을거냐는 질문에 주인공 혜원이 대답하고 난 뒤 홀로 한 독백이다. 순찰 외에는 별 할 일이 없는 혜원의 직업, 예산이 부족해서 치명적인 감염을 막아줄 소독약이 수돗물인데도 별 탈 없는 요양원. 탄환과 탄창은 갈아끼우는 시늉만. 주인공 혜원의 현실과 좀비사태 이후의 정치상황을 연신 교차해서 보여주면서 마지막 문단이 이렇게 끝나는 이유는 ‘어차피 정치인은 그 놈이 그놈이다.’라는 오래된 말을 다시금 떠올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