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장지기의 고독한 사투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아직 살아있나요? (작가: 엄성용, 작품정보)
리뷰어: 글포도, 18년 9월, 조회 139

* 독특한 좀비소설을 읽은 기쁨에 리뷰를 씁니다. 스포일러는 아주 조금 했지만 작품을 먼저 읽고 와주세요. 작품 먼저 읽는 게 무조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소설 속에 담긴 고유의 분위기에 일단 먼저 취하고 서서히 죄어오는 공포감, 주인공이 느끼는 상황과 감정과 별도로 독자로서 추리하는 기쁨,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다 또 다르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휩쓸려 가며 끝이 어떻게 될까 계속 상상해보는 즐거움까지. 난 그런 것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그런 게 다 있었다.

 

눈보라치는 산장에 홀로 고립된 산장지기의 이야기.

 

섬, 폭설에 갇힌 외딴 집, 폭우로 고립된 마을 등은 추리소설이나 호러소설에서 많이 사용되는 배경이지만 또한 그 특유의 분위기가 매력적이기도 해서 아무리 많이 쓰이는 클리셰라도 또 봐도 상관없다.

폭설에 고립된 산장도 그런 곳이다. 아무도 없는 곳, 홀로 고립됨으로서 느끼는 안락함과 불안감이 교묘히 배합된 공간. 따스함을 살릴 수 있는 멋진 벽난로와 책이 있고 며칠을 버틸 식량도 충분하다면 혹 도시 문명에 염증이 난 사람이라면 그런 곳에 푹 파묻혀 그런 휴가를 보내고 싶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까? 난 그런 대리체험 하는 걸 좋아하고 그래서 소설의 도입부가 좋았다. 역시 본격적인 사건은 누군가의 방문을 받게 되면서 시작된다. 여기까지도 뭐 그러려니 했다. 공포는 거기서부터 시작될 테니. 어떤 방문자가 올까 기대하며 읽어나가고 있었다.

3일 정도 아무도 올 수 없는 고립된 산장이라면 그게 누구든 낯선 사람과 단 둘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 더 무서울 수도 있지만 이 젊은 산장지기는 그저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반가워서 손님을 들이자마자 주절이주절이 떠들어댄다. 그러다가 이상한 점을 눈치 챈다. 너무 오랜만에 사람을 봐서인지 꽤 긴 말을 혼자 떠들어대고 있는데도 꼼짝 없이 서 있는 남자, 게다가 침을 주룩 흘리고 상태가 이상하다 ….

 

무서우면서도 긴장되고 비극적이면서 재미있는 독서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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