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사교 클럽(※좀비물 아님) 공모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카데바 소셜 클럽 Cadaver soCial Club (작가: 윤차이, 작품정보)
리뷰어: 비마커, 18년 9월, 조회 118

가끔씩이긴 한데, 브릿지에는 작품 표지를 올릴 곳이 없다보니 작가 프로필 이미지가 작품 표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작가의 프로필 이미지는 몹시 밝은 분위기의 판타지풍(판타지는 아니지만) 일러스트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침 카데바 소셜 클럽이라고 적혀 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오직 이 작품만을 연재하기 위한 계정…이라고 보는 것도 비약은 아닐 것이다.

결국 작품이 재밌느냐 없느냐는 다른 문제긴 하지만, 이런 걸 싫어하지 않는 편이다. 분명 작품에 대한 신뢰도가 1 이상은 올랐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역시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할까, 표지 덕분에 눈이 갔던 작품이고, 덕분에 잘 읽었다. 읽으면서 캐릭터들을 이미지하기도 편했다. 책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초반 몇 화를 읽으면서 걱정이었던 건 (작품소개를 읽고)기대했던 것보다 추리,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보이지 않았던 점이다. 작가의 관심은 사건 보다는 그 시대상에 머무르는 것처럼 보였다. 딱히 누구의 잘못은 아니지만, 추리물을 기대했던 터라 다소 아쉬움을 느끼면서 읽었다.

그런 터라 아직도 나는 첫 번째 에피소드는 조금 긴가민가한 편이다. 이를테면 ‘몽크’라는 드라마는 한 화당 한 에피소드로 되어 있는데, 첫 번째 에피소드만은 1, 2화를 합쳐놓았다. 첫 인상이 중요하다고 하니 에피소드에 공을 들인 것도 있을 테고, 관객과의 첫 만남이다보니 캐릭터 설명을 겸해야 했기 때문이다.

몽크 1, 2화의 ‘필요성’은 차치하더라도, 1, 2화는 내 기준에서는 그냥저냥이었던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의 ‘Hare and Human’편도 그런 문제를 답습하는데, 나와 취향이 비슷한 독자들에게는 이게 꽤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에피소드 하나만 참고보자고 해도 꽤 분량이 많아서, 그냥 읽지 말까 생각했으나…하지만 추리물의 장점이 무엇인가. 바로 수수께끼가 있고, 그 진상은 마지막에 밝혀진다는 점이다. 이대로 하차하면 찝찝해서 다 읽기로 했다. 흠흠, 본격적인 추리물일 거란 선입견을 내려놓고 보니, 기본적으로 글을 잘 쓰는 작가군. 뭐 그런 느낌으로 첫 번째 에피소드를 다 읽었다. 리뷰를 읽느라 알게된 몇 가지 사실들 때문에 별 감흥은 없었는데…두 번째 에피소드인 ‘Under Land, Wonder Land‘ 편을, 일단 한 화만 읽어볼까 하고 클릭했다. 그리고 글을 읽다가, 어느 순간 몇 차례나 연달아 다음 화로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나는 드라마란 구르는 눈덩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엄밀히 말하자면, 그런 드라마가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한 에피소드 한 에피소드가 개별적으로 좋기만 하다면 영화와 다를 바가 없다. 반면 드라마는 보면 볼수록 캐릭터에 대해 알아가는 게 많아지고, 정도 생기고, 요컨대 여러모로 재미를 느낄 여지가 많아진다. 밀도라는 단어보다는 폭이라는 단어가 적절할 것이다.

카소클도 그런 느낌이다. 1화에서 느꼈던 걱정스러움은, 아직 이 작품과 작품의 등장인물들에게 낯설었기에 느낀 걱정스러움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유명한 드라마라면 왠만해서는 시즌1은 참고본다는 심정으로라도 다 본다. 그러고나면, 복불복이긴 하지만 시즌2부터 놀랍도록 재밌어지는 경우도 많다. 카소클도 그런 공식이 딱 들어맞는 작품이었다. 요컨대, Under Land, Wonder Land 편은 내게 시즌2다. 이제 친해졌으니까 여기서부터 맘놓고 봐도 됩니다, 라는 느낌. 물론 실제로 드라마화 한다면 분량적으론 시즌1 2화나 3화에 해당하겠지만.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를 좋아한다. 왓슨을 포함해서. 이 둘은, 정말 불멸의 캐릭터구나 싶다. 이 두 명이 대단한 점은 이 둘 그 자체 뿐 아니라 이 둘의 성향에 있다. 홈즈와 왓슨에 영향을 받은 수많은 콤비들을 생각해보면 명확하다. 어떤 종이건 그 종이 오래도록 살아남는다면, 그건 그 종 개체의 수명 때문이 아니다. 이유는 번식력에 있다. 홈즈와 왓슨을 본 수많은 작가들이 둘과 비슷한 캐릭터들을 만들 것이고, 그 캐릭터에 영향을 받은 다른 작가들이 또 홈즈와 왓슨에서 비롯된 캐릭터에서 비롯된 캐릭터를 만들 것이다. 모든 콤비 캐릭터가 다 홈즈와 왓슨에서 비롯됐다는 식으로 비약하진 않겠지만, 어쨌든 알렉스와 핀은 작품이 추리물+시대극(홈즈는 작가 입장에선 시대극은 아니었지만)이란 점에서 그 둘을 떠올리게 된다.

요약하자면, 추리소설로선 덜 본격적이지만, ‘추리’소설조차 재미있고 없고는 추리의 질과는 관계가 없을지도/참고 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참고 봐버린 입장에서 말하자면, 참고 보면 재밌다(물론 처음부터 재밌을 수도 있다). 초반에 좌절한 사람이 있다면, ULWL편까지는 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족으로, 음식 묘사가 맛깔난다. 200년 전에 저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었을 리 없어! 라고 분한 마음이 든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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