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는 멀리 있지 않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내 유튜브 알고리즘 좀 이상해 (작가: 일월명, 작품정보)
리뷰어: Dacapo, 4월 10일, 조회 46

인터넷이 보급되며 여러 SNS가 확산되었고, 유튜브는 특히 우리 생활에 단단히 뿌리잡혔습니다. 저만해도 계란 삶는법을 알기 위해 예전엔 네이버 블로그에 검색했다면, 지금은 유튜브에 검색해서 영상을 훑곤 합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란찜 만드는법, 계란말이 만드는법 까지 시청하고 앱을 종료한다면 재밌는 일이 벌어집니다. 다음번에 앱을 열었을 때 메인에 계란 장조림 만드는법이 떠있거든요. 유튜브 알고리즘의 힘입니다. 이 유튜브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영상 시청 패턴을 분석하여 다음번에 사용자가 관심있어할법한 영상을 추천해줍니다.

 

 

그렇다면 유튜브 알고리즘은 공포, 괴담 영상을 자주 본 사용자에게 어떤 영상을 추천해줄까요? <내 유튜브 알고리즘 좀 이상해>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유튜브에서 괴담 동영상을 연달아 시청한 ‘나’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자의로 두 번, 깜빡하고 내버려둔 자동 재생 기능으로 여러번. 이런 행적 덕에 유튜브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괴담, 공포 영상을 선호한다고 판단하며 각종 공포영상을 추천해줍니다. 화자는 ‘관심 없음’을 누르며 알고리즘의 추천을 강력히 거부합니다.

 

이렇게 의견을 피력했으니 무난한 영상이 추천되어야겠죠. 하지만 좀 이상합니다. 추천란 맨 첫 줄에 떠있길래 보기 시작한 그 영상은 채널의 썸네일도, 채널 이름도 평범하지 않아보입니다. 화면은 새까맣고, 사운드는 헐떡이다가 이어지는 비명, 대화 하나 없는 수많은 시청자들… 화자가 댓글을 달자마자 종료되는 스트리밍까지, 화자를 제외한 모든일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심지어 채널이 폭파되기까지 합니다. 참 찝찝하고 소름돋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불안해진 화자가 유튜브 계정을 없애려고 들어가니 또다시 검은 영상과 마주합니다. 새까만 화면, 이상한 채널 이름.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군요. 영상 제목이 화자의 이름으로 되어있거든요.

 

이 글은 1인칭, 구어체로 서술된 덕에 이입해서 읽기 쉽습니다. 유튜브라는 익숙한 소재도 몰입을 더합니다. 동물 영상을 연달아 보는 우리들의 모습과 같이, 작중 화자가 괴담 영상을 연이어 보는 상황은 많이 친숙합니다. 자동 재생 때문에 괴담으로 오염된 피드를 정화하는 ‘관심 없음’ 작업도 다들 한두번은 해봤을 것입니다.

 

이런 낯익은 상황 속 낯선 일이 벌어집니다. 화자가 관심 없음을 어필해도 따라온 검은 영상은 유튜브 알고리즘에 문제가 생긴건가 하는 의문을 자아내거든요. 이 영상에 화자가 반응을 보이고나서 뒤따라오는 상황은 좀 더 짜릿합니다. 직전에 본 심상찮은 영상이 또 떠있어. 그런데 제목이 내 이름이야. 이 모든 장면이 구어체로 풀어가기 때문에 마지막 장면에서 소름이 오소소 돋았습니다.

 

초반에 여러 다른 괴담을 배치하여 분위기를 잡는 구성은 훌륭한 빌드업이었습니다. 후반에 내 이름이라는 소재를 등장시켜서 더더욱 몰입시키니, 탄탄한 줄거리를 갖췄다고 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과 괴담을 엮어 써내려갔다니 창의적이었고, 실재할법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했습니다. 일종의 체험형 공포물, 잘 읽었습니다.

 

친숙한 소재에서 발굴한 괴담이라니, 공포는 멀리 있지 않다는것을 새삼 깨닫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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