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제목을 가진 중단편.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투박한 문장조차도 작품의 컨셉을 생각해보면 적절하다고 느껴집니다. 이야기를 보면서 김동식 작가, 혹은 곽재식 작가 글이 떠오르더라고요. 영향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보셨다면 두 분의 글을 읽는 걸 추천해드립니다.
플롯은 단순합니다. 갑작스럽게 나타나 지구를 멸망시켜버리겠다는 초월적 존재. 그리고 그에 대항해야 하는 건 대한민국에 사는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그냥 질문 3개에 답하기만 하면 되며, 그 질문조차도 일견 대답이 간단해보이는 문제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아무리 간단해 보이는 질문이라도 간단하지 않죠. 특히 강준희군에게 있어서는 말이에요.
질문들은 독립된 것 같으면서도 다른 질문과 연관되어 있기에 결과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시키며, 그래서 깔끔하게 끝낼 수 있었습니다만. 글쎄요. 사실 이야기가 깔끔하게 끝나진 않았습니다.
왜냐면 분명히 강준희군과 우주대마왕의 대결은 끝났는데 ‘그냥’ 초월적 존재인 것으로 넘어가면 될 우주대마왕의 이야기가 갑자기 풀어지더니 독자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 부분에서 넋이 나가버렸습니다. 이 이야기를 왜 하지?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그리고 깨달은 순간 기분이 나빠집니다. 이거 다른 작품이랑 연결되는 건가? 그러니까 말이 중단편이지 실제론 세계관 이어지는 연작인가?
단문응원을 본 순간 그것이 사실임이 드러나고. 전 짜게 식어버렸습니다. 모임장소에 기회가 생겨서 갔더니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지들끼리만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걸 우두커니 옆에 앉아서 보는 느낌이에요. 왜 소설을 보러 왔다가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 걸까요. 별로 좋지 않습니다. 브릿g에 단편 장편으로 이어붙이는 기능도 있으니 그냥 그렇게 해주면 안 될까요? 전 이야기에 끼어들기 위해서 이전 이야기를 보거나 알려고 노력하는 대신 사람 앞에 불러놓고 끼어들 수 없는 이야기 하는 무례한 사람들 내버려두고 자리를 뜨고 싶습니다.
그래도 일단 봐야겠다 싶어서 지난 이야기들을 봤지만, 글쎄요. 이런 이야기면 굳이 단편마다 이야기를 이으려고 노력하는 대신 나중에 단편끼리 세계관을 연결해주는 단편을 따로 쓰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말 그대로 사족이 이야기를 망친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