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1999년 4월 나는 대학 신입생이었다. 자의와 타의가 뒤섞인 고통과 인내로 점철된 고3 시절을 지나 꿈에 그리던 대학 캠퍼스의 낭만과 여유를 느끼기 시작할 무렵의 내게 이 사건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에는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연구실 문 앞에 놓여진 신문 1면의 조승희의 사진과 사건에 대한 헤드라인을 보고 받은 강렬한 인상은 지금도 생생하다.
‘ 타인을 향한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설명할 수 있는 악의 발현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을 두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총기난사사건들을 지켜보면서 사건의 발생원인에 대한 나의 궁금증은 커져갔다. “도대체 왜?”
샤덴프로이데 (Schadenfreuse)’…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타인을 향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지켜보면서 내가 주목하게 된 용어이다. ‘샤덴‘은 상처를 주는것, ‘프로이데‘는 환희라는 뜻으로 ‘샤덴프로이데‘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줌으로서 느끼는 환희를 의미한다. 총기난사사건의 범인들처럼 우리는 삶의 어느 한 순간에 세상의 멸망을 꿈꾸고 자살충동을 느끼는 등 부정적 파괴욕구를 경험한다. 우리 마음속에는 나의 행위로 인해 타인이 처하게 되는 고난적 상황을 기뻐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일까?
언제나 밤인 세계에는 태어날때부터 하반신이 붙은 채로 태어난 샴쌍둥이 남매인 ‘에녹’과 ‘아길라’가 등장한다. 샴쌍둥이란 일란성 쌍태아의 특이한 형태로, 수정란이 둘로 나뉘어지는 것이 불완전해서 쌍둥이의 몸이 일부 붙은 상태로 태어난 쌍둥이들을 의미한다. 샴쌍둥이라는 용어는 1811년 타이에서 가슴과 허리 부위가 붙어 태어난 쌍둥이 형제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창(Change)과 엥(Eng)이란 이름의 이들은 가슴이 붙은 전방 결합의 샴쌍둥이로 성인이 되어 키가 157cm까지 성장하였으며 걷는 것은 물론 뛰거나 수영까지 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성인이 되어 영국 상인에 의해 미국 뉴욕으로 건너와 서커스단에 입단하는 등 인기를 모아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고 한다. 미국 시민권을 얻어 두 자매와 결혼도 하였고, 환갑이 넘은 나이까지 살다가 사망하였다고 한다.
얼마전 심장이 1개뿐이라 둘 중 한명은 죽어야하는 썀쌍둥이 기사를 본적이 있다. 샴쌍둥이라는용어의 유래가 된 형제는 나름 행복한 삶을 살았지만 살기 위해 어느 한쪽의 희생이 필요한 가혹한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샴쌍둥이도 있다 걸 보면서 ‘에녹’과 ‘아길라’가 생각났다. 앞으로 전개될 밤을 증오한자, 밤을 사랑한 자, 밤으로부터 추방당한 자…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