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에 마감된 불나방브릿G는 남주로맨스와 여주판타지의 두 종류 공모전(?)이었습니다. 도전해볼까 하다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제 하드를 뒤져도 저 두 키워드에 해당되는 작품이 없더군요. 그리하여 조용히 내려놓고 까맣게 잊었는데 중단편작품 게시판을 역주행하다가 이 소설을 발견했습니다. 제목이 익숙한 걸 보니 트위터 타임라인에 올라온 걸 보았던 모양입니다.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짧지만, 그 짧은 분량에 꽉찬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그 뒤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다른 모험의 시작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뒷 이야기, 그것도 장편을 기대하게 되더랍니다.
내용은 매우 간결합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답게 빛나는 어느 공간, 그곳에 『재상』과 그녀의 여러 자매들이 모여있습니다. 수는 모두 백. 그리고 『재상』은 이야기합니다. 이곳에 곧 백 한 번째 자매가 도달할 것이며, 그 때문에 여기 있는 누군가는 자신의 ‘직업’을 내려 놓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새로운 자매의 스테이터스는 ALL MAX. 그것도 아르바이트와 교육만으로 달성한 수치랍니다. 그녀가 가질 직업은 당연한 것이고, 그렇기에 『여왕』은 자신의 자리를 넘길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결말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이 짧은 소설의 부작용은 상당히 심각합니다. 분명 제 방 어딘가에는 PM2=프린세스 메이커 2가 있을 것이니, 오랜만에 그 게임을 다시 꺼내들고 싶어졌지 뭡니까. 소설 속에 묘사된 분홍 머리에 황금빛 눈이라면 아마도 PM3나 그 이후 버전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저는 무사수행에서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용을 해치울 수 있고 무신을 잡을 수 있는 두 번째 버전을 가장 좋아했으니까요. 그 버전이 윈도에서도 돌아갈 수 있도록 개선된 것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니 찾아볼까라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공략법은 잊었지만 그래도, 잘 키우면 장군이나 왕궁마법사 쯤 훌륭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소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치트키를 써야만 왕을 만들 수 있었던 그 옛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옵니다.
그렇다보니 다 읽고 나면 데이터로만 남았을 수 많은 딸들에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그 경계를 넘어간 리셸 룬에게 새로운 길이 열리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전직용사아버지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합니다.
덧붙임.
꼭 읽어보세요. 읽고 나면 분명 옛 게임을 다시 꺼내들고 싶어질 겁니다…! 왜 모바일로는 PM2 같은 딸/아들 키우기 게임이 안나오는 겁니까. 육성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추억이 되어 꺼내볼만한 그런 게임은 없는 걸까요. 아쉽습니다.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