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주의를 첨가한 존재자적 존재의 희구에 관하여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그저께의 연인 (작가: Lure, 작품정보)
리뷰어: NahrDijla, 18년 7월, 조회 75

그저께의 연인에서의 서사는 인물의 심층을 파고드는 이야기이다. 꿈의 행성을 향한 린과의 관계성으로부터의 가출은 일련의 모험을 통해 황폐화된 자신으로 귀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환경의 층위에서 관계의 층위로, 관계의 층위에서 자신의 층위로, 자신의 층위에서 정체성의 층위로. 공간의 변화할수록 이런 하강의 경향을 관측할 수 있다. 물론 이 시점에서 공간의 구조적 변화와 긴밀하면 좋겠지만, 그것 까지는 발견되지는 않는다. – 공간의 변화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판단이 그렇다는 것이며 구조적인 기법의 영역에서  유효한 이야기이므로 플롯의 가치와는 좀 다른 이야기가 되겠다. –

장르문학에서의 생동성은 간접 경험으로써의 리얼리티다. ‘그저께의 연인’은 찌라시에 시달리는(!) 다사다난한 모험가이자, 한탕을 노리는 탕아인 개척자의 면모를 묘사하고 있다. 또한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개척 시대의 한물간 직업을 회의하며 마지막 모험을 떠나는 인물의 다면적인 모습이 다양한 매개를 통하여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어 린과의 관계에 대해서 짜증을 내거나, 또 짜증을 내서 괴로워하는 모습이라던가, 그런 일상적인 균열 속에서 직업의 미래에 대해서 회의를 하거나 하는 모습 등이 있겠다.

이런 실존적인 고뇌 하에 배경적인 디테일이 더해져 사실감 있는 세계관이 만들어졌다. 옴니툴, 레논 성인처럼 낯선 개념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즉 SF라는 하위 항목 아래로 상호 관련성 없이 파편적으로 존재하는 소재들이 장르라는 특수한 형상화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지닌 전체로 통합되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일찍이 존재자로써 어떠한 대상이 인간으로 인해 재정립되는 관계성을 고찰한 바 있다. 이 영향력의 핵심적인 지표를 파악하지면 아마도 기억이 될 것이다. 표면적으로 ‘나’와 대상의 변화되는 바는 없다. 다만 새롭게 설정된 관계성하에 누군가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이런 속성이 기억으로써 자리 잡으며 연속성을 획득한다.

하지만 이 기억이 가변 한다면, 그 대상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기억으로써 정립된 존재자는 절대적인 존재에서 가변적인 존재로 전락한다. 이 과정에서 표면적으로 일치되던 ‘나’와 대상과의 간극이 생기며 그것은 비극이 된다. 자신이 알던 대상이 아니게 되는 것이며, 또한 자신이 아닌 자신으로 살아가는 자는 스스로의 정체성의 간극 사이에서 결정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 간극 위에 세워진 환경은 그 선택을 기다려주지만은 않는다. 그의 고뇌와 방황은 소음공해와 같은 민폐(!)로 비칠 뿐 그것을 이해하고 다독여주는 것의 여부는 타인의 호의일 뿐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지속적으로 남는 기억도 있다. 이것을 삭제하기를 바라는 것은 환상일 것이다. 허나 SF라는 장르적 허용을 통해 기억 삭제가 현실로 재현되면서, 환상은 실제가 된다. 더 이상 환상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드라는 틀 하에서 도덕성에 의존하던 주인공은 그것을 버리고 기억을 상실하기를 원한다. 거부라는 방어기제를 환상에 연결하여 도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파렴치한 양상의 행위를 기꺼워하며 존재는 비극으로 치달아간다.

이 지점에서 긴장이 관측된다. 즉 반전이라는 목표 위에 쌓아올린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라는 외연과, 그 이면에 감지되는 정체성의 ‘자기 파괴’라는 내포가 결합하면서 새로운 형상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추상적인 정체성에 대한 문제가, 기억 수술이라는 구체적인 사건으로 통합된다.

결과적으로 현실로부터 도피했지만, 진실을 알게 된 후로 과거는 다시금 현재의 문제로 자리잡는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무슨 선택을 하는가. 소설 자체에서는 단지 화두만 뗄 뿐이다. 무엇이 진정한 가치인가. 무엇이 진정한 자신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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