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뜻·풋풋한 것만으로도 이 글은 읽을 가치가 있다.
도입도 좋고 디테일도 괜찮고 소재도 꽤 재미있다. ‘버스 앞자리 남자분 정수리에 벚꽃잎이 있어요. 얘기해 드려도 될까요?’라니. 구경은 불구경, 싸움구경이 제일 재미있다지만 봄날 이런 싱그러운 상황은 그만의 매력이 있는 법이다. 고작 벚꽃잎 하나 때문에 30분 넘게 고민하고 발을 둥둥거리는 ‘글쓴이’의 행동이 귀엽지 않은가? 제3자 입장에선 게시글 내용이 소소하지만 흥미롭다. 어째 묘한 기분으로도 “좋을 때다” 이럴 수 있는.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일이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면 더더욱 그렇다. 게시글 속 문체로 어림짐작되는1 글쓴이는 Y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여성으로 인식된다. A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글쓴이가 용기를 내자 A는 당황하고 그렇게 글이 끝나버렸지만, 뜬금없이 나는 작가가 귀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