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에는 그들이 살았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SF 이야기를 읽는 건 언제나 즐거운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몇 가지 궁금증이 읽으면서 계속 들었는데요, 리뷰를 쓰는 건 처음이라 두서없는 글이 될 것 같아 미리 사과 드립니다.
이건 궁금증과 관련없는 개인적인 사족입니다만 에이가 조금 더 오래 살아서, 에이가 살인범이었다는 사실이 좀 더 천천히 밝혀졌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아요. 살인자가 처음부터 죽고 시작해서 그런지 주인공이 겪는 위기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여기서부터 SF 설정 관련한 비평입니다. 살짝 의문이 든 부분 첫 번째가,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을 100년 전으로 보내서 지식과 기술을 그 시대에 전수하면 미래세계에 끼친 영향을 바로바로 알 수 있게 된다는 대목인데요, 작중에서 연구소 사람들은 과거의 기록을 검색하는 걸로 작전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죠. 그런데, 만약 선발대의 작전이 성공해서 환경오염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연구소를 짓고 과거로 대원들을 보낼 이유가 없어지죠. 연구소도 대원도 애초에 존재하지 않게 되면, 과거에 지식과 기술을 전수할 수 없게 되고요. 모친 살해 패러독스와 같은 맥락인데요, 과거로 돌아가서 부모님을 죽게 만들면 애초에 과거로 돌아가는 나 자신이 존재하지 않게 되죠. 이 부분에 부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과거로 순차적으로 대원들을 파견하는 부분에서도 두 번째로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었는데요, 선발대의 파견이 세계를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걸 안 연구소 측에서 다음 대원의 파견을 늦추죠. 여기서 이상한 점이, 과거에 도착한 제트(남자)가 에이보다 백옥 같고 훨씬 더 어려 보인다는 부분입니다. 후반부 제트의 설명에 따르면 2차 파견때 11명을 과거로 보냈고, 5년 후부터는 텀을 줄여서 1년에 2명씩 도착하도록 설정되었다고 했죠. 선발대가 10명이고 전체 대원수가 26명이니 5년 이후에 대기 중인 대원은 5명이고, 제트가 마지막으로 보내졌으니 적어도 제이(여자)의 파견 이후 딱 5년 뒤에 제트가 보내진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제이가 과거에서 10년을 보냈으니, 제이와 제트의 나이 오차는 최대 5년이 되죠. 이건 중간에 제트가 한 말의 ‘5년’을 출발지(미래) 기준으로 해석한 건데요, 만약 이게 도착지(과거) 기준으로 5년이라면 해석이 전혀 달라집니다. 아주 중요한 대사인데 제트의 말이 부정확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제트는 중반에 “네가 떠난 게 10년 전이니까… 그럼 여기서 에이랑 둘이 10년 동안 살았다는 거야?”라고 말하는데요, 제트의 후반 발언에 의하면 선발대는 10명이 1년에 1명씩 도착하기로 되어 있었죠. 살인자인 에이는 그 중 첫 번째였고요. 제이(여자)는 에이와 10년을 동굴에서 살았는데요, 제트는 제이가 10년 전에 떠났다고 말합니다. ‘떠난다’ 라는 말은 어떤 장소를 출발한다는 말이니까, 즉 제트는 출발지(미래)에서 제이와 헤어진 지 10년이 되었다는 말인데요, 여기서 또 앞의 부분과 상충합니다. 미래세계에서 제이가 10년의 텀을 둔 채로 출발했다고 하면, 둘의 나이는 심지어 동갑인 그대로죠. 제트가 훨씬 어리다는 서술과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5년 이후부터 1년에 2명을 보냈다는 말과도 어긋나죠. 남아있는 사람은 5명 뿐이었으니 미래 기준 10년 후에는 대원들은 전부 과거로 간 상태일테니까요.
제가 놓친 부분이 있어서 완전 잘못 이해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개 독자의 의견이라 생각해 주시고 넓은 아량으로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 작품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