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만이 남았다. 비평

대상작품: 다크 디텍티브 (작가: 서동산, 작품정보)
리뷰어: stelo, 17년 2월, 조회 131

한 문장 리뷰 : 사건은 빠르게 진행되고 조사의 흔적을 보여주는 디테일들은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물과 묘사, 무엇보다 플롯은 평범함만 남아 있습니다.

다크 디텍티브는 영어로 된 이름과는 이질적으로 1997년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딱 20년 전이네요. 작가가 익숙한 현재가 아닌 과거를 소재로 한다면 독특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시그널]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무전기를 통해 세 경찰이 미제 사건을 해결한다”는 소재를 사용한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2회까지도 그 이유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물론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인물들의 직업이나, 장소, 식사가 나오긴 하니까요. 하지만 묘사들도 추상적인 수준에 머무릅니다. ‘승용차’나 ‘빌라’에 사는 사람은 현대에도 많으니까요. 드라마가 아닌 소설이니 만큼 구체적인 차종을 언급하는 기법이 효과적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90년대를 느낄만한 디테일이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이야기는 수사 과정만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경찰의 수사 과정에 대한 묘사나, 머리카락이라던가 노끈에 대한 추리에서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 묘사 역시 몇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하나는 (열성적인) 추리 독자들에게 딱히 새롭고 흥미로운 사실은 아니라는 겁니다 특히 머리카락에서 DNA를 얻기 어렵다는 것도요.

두번째로 일반 독자들에게도 설명조의 대사가 몰입감을 떨어트립니다. 물론 90년대 후반에 이런 걸 아는 형사는 별로 없을 수도 있죠. 셜록 홈즈 이후의 전통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현대 독자들은 이렇게 질문하기 쉽습니다. “왜 형사인 친구는 겨우 그런 것도 모르지? 왜 탐정인 친구는 설명을 하고 있지?” 형사인 주인공도 실전 경험이 어느 정도 있을텐데 말이죠. 과연 이 캐릭터가 왓슨 역으로 적절한지 고민해보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 문제는 다른 리뷰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그러면 인물과 사건으로 가보겠습니다. 인물들 역시 평범함에 머무릅니다. ‘형사’와 명령불복종으로 경찰을 그만둔 ‘사립 탐정’, ‘임신한 채 살해당한 여성’, 2문장만 등장하는 유가족은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죠. 그리고 용의자 배후에 권력은 사건을 덮으려고 합니다. 오혜란은 ‘이국적’인 외모에 ‘한껏 멋을 낸 옷차림’이 ‘관능적인’ 몸매를 돋보이게 해줍니다. 이런 설정과 단어들은 너무 남용되어서, 이제 생명력을 잃었지요.

현란한 수사 기법을 과시하지도 않고, 부패한 사회나 피해자의 삶을 치밀하게 다루지도 않습니다. 강렬한 사건이 터지거나, 감정적인 갈등이 묘사되는 것도 아닙니다. 제목인 ‘주홍색 끈’이 중요한 실마리가 되어서 명추리와 반전을 보여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아직 그 추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개성이 남았을까요? 독자가 이 1,2회를 계속 읽어나가야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에게는 평범함만이 남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작가님께 드리는 말]

“어떻게 해야 이 작품을 독특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작품은 한 문장으로 요약해도 흥미롭다는 말이 있습니다. 로그라인이라 하죠. 이 작품의 로그라인은…

세기말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형사와 탐정의 이야기 – [다크 디텍티브] 작품 소개

모든 단어는 평범합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세기말’이라는 단어인데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1997년이라는 배경은 아직까지는 중요한 소재로 드러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에서 언급했던 [시그널]의 로그라인은 어떨까요?

간.절.함.이.. 보.내.온..신.호
우리의 시간은 이어져 있다.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신호로 연결된 현재와 과거의 형사들이 오래된 미제 사건들을 다시 파헤친다!

왜 간절한가요? 미제 사건은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았으니까요. 주인공들은 미제 사건의 피해자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이고, 그래서 형사가 된 캐릭터도 있습니다. ‘신호(시그널)’이라는 주제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것이죠.

독특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너무 특이한 소재도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니까요. [시그널]은 평범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이 남기고 있습니다. 법의학자를 다룬 작가님의 전작 [싸인]과 비교했을 때, 형사와 프로파일러는 익숙한 직업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한 문장을 더 구체적이고, 개성적으로 바꿔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다음 질문에 답하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1. 세기말이라는 배경은 왜 흥미로운가?

2. 그래서 어떤 의문의 살인사건인가? 독자에게는 왜 이 사건이 중요한가?

3. 형사와 탐정은 어떤 사람인가? 어떤 개성을 가지고 있는가?

제가 앞에서 한 비평들은 이야기를 어떤 방향으로 고칠 수 있을지 가능성을 제시해본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질문들에 뻔하지 않은 방법으로 답하실 수 있다면, 다크 디텍티브는 더 많은 독자들이 성원을 보내주는 작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리뷰를 평가해주세요]

리뷰를 꾸준히 쓰고는 있는데 작가님들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좋은 리뷰를 쓰고 있는지도 확신하기 어렵고요. 상처가 되었다는 분도 봤습니다. 작품들이 많아지다 보니 하나하나 리뷰를 쓰기도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리뷰 평가를 보내주시는 분에게만, 꾸준히 연재작을 읽고 2차,3차 리뷰를 계속 써드리기로 했습니다. 작가가 피드백을 받는만큼, 제 리뷰를 평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추가 리뷰를 원하시는 분도 알 수 있고요. 지속적으로 리뷰가 올라오면 홍보 효과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추천 리뷰가 된다면 더욱 그렇지요.

리뷰 평가에는 크게 3가지를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1) 리뷰가 도움이 되셨나요? 리뷰의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되셨나요?

2) 리뷰에 동의하지 않으시는 부분이 있다면? 아니면 이런 걸 놓쳤다고 설명하고 싶으신 부분이 있다면?

3) 제가 리뷰에 어떤 내용을 써드리면 도움이 될까요? 리뷰에 원하시는 점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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