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많은 생각들을 동시에..!! 비평

대상작품: 정신강탈자 (작가: 엄길윤, 작품정보)
리뷰어: 아나르코, 17년 2월, 조회 27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정신(혹은 신체!?)을 강탈하려는 그놈과 나의 숨 막히는 대결이 흥미진진해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그것도, 결코 신나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슨 음악의 리듬을 타듯이 신나게 말이다. 놀라운 상상으로 정말 멋지게 그려냈다는 생각에, 그리고 이 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내심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 소설을 이렇게 단숨에 읽고 적당히 만족하며 넘어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읽었다. 찬찬히……. 역시나 놓치고 있는 것이 많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있는 이야기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질문들이 던져지는 느낌이었다.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TV만 틀면 쏟아져 나오는 광고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정보인 척 널브러져있는 온갖 쓰레기들 속에서, 누군가는 자신들의 입맛대로 선동하고, 누군가는 돈 몇 푼 벌자고 선동되며, 진짜 허무맹랑한 소문도 계속해서 되풀이되면 진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세상 속에서 과연 내 생각이란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매일 벌어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저마다의 머릿속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적어도 내가 누구인지를 찾으려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혹은 이제라도 조금씩 ‘생각이란 것’을 하고 나 스스로를 찾아가보라고 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런 의미에서 보면, 마지막 즈음해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는 그래서 좀 더 극적이고 명확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놈과의 사투처럼 긴박하거나 신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 그대로 평범해 보이는 일상을 이야기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역설적이게도 그 평범함으로 특별함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앞서 기본적으로(!?)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 기본적인 생각을 넘어서 한 걸음 더 들어간 순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한 걸음 더 걸어가는 순간 주인공의 머릿속만큼이나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각은 진정으로 자유로운 의지에서 나오는 것인가!? 그리고 그 생각이라는 것을 오로지 자기 스스로가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아주 기초적이지만 가장 어려운, 철학적이라고 할 만한 질문들이 던져지는 것이다. 물론 정답도 없다. 그렇기에 더 답답하고 힘들고 숨 막히지만, 꼭 필요한 불편함이기에 더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질문들을 이 소설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너무 쓸데없이 깊은 생각으로 소설 자체의 이야기에서 멀어진 것이 아닌가 싶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설이 이런 소설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주절거리게 된다. 재미있지만 그 속에 많은 것들을 담고 또 질문을 던져주는 이야기!! 바로 그런 이야기가 <정신강탈자>이다. 자신 있게 추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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