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이 전체적인 이야기의 초석을 다졌다면, 역시나 2편은 본격적으로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던진다.
대충의 줄거리부터 이야기해보자면… 죽음에 실패(?!)하고 다시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불사의 삶을 사는 시대에 불법으로 간주되는 자살을 시도했다는 죄로 큰 액수의 벌금을 내야하는데, 돈이 없으니 ‘신체장기 전당포’를 찾게 된다. 자신의 눈을 맡기도 돌아서다가 자신이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인식하게 되고, 숙박 제공 조건에 알바를 구한다는 전당포에 눌러 앉게 된다. 그렇게 그는 그곳에서 서서히 브레인 좀비의 길을 걸어가게 된다.
단순히 요약해보자면 뭐, 이런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곳곳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렇다면 나만의 방식으로 이렇게 이야기하면 좀 쉬울까!? 삼포든 오포든 칠포든 이런저런 포기로 가득한 삶을 사는 주인공이 집안에 틀어박혀서 인터넷만 한다. 우연히 아프리카 TV를 보는데 꽤 재미있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흥미를 잃게 된다. 방을 나가려는데 BJ들이 잡는다. 왜 그래, 재미없어!? 뭘 원해!? 내가 다 들어줄게, 라고 하면서 좀 더 자극적인 모습들을 주인공을 주저앉힌다. 방에서 나가려던 그는 그들의 온갖 꾐에 넘어가 이제는 별풍선마저 날리고 있다. 그렇게 그들의 모습에 서서히 길들여져 가는 것이다. 그들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포만감을 느끼고, 그들의 놀이에 즐거움을 느끼고, 하루하루 강도가 올라가는 그들의 자극적인 많은 것들에 만족감을 느끼며, 의자에 점점 처박혀 좀비가 되어간다. 신체도 죽고, 정신도 타인의 많은 것들에 잠식되어간다. 신체는 썩어가지만 뇌는 살아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뇌도 썩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태로 흘러간다. 그렇게 세상은 점점 좀비들의 세상이 되어간다. 뭐 이렇게?!
지금까지 리뷰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정리해보면서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줄거리를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 그만큼 이야기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 별로 복잡할 것도 없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그 방식이 보통과는 다른 특이한 방식이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뜬금없이 이건 또 무슨 상황인거지?, 뭐 이리 복잡해? 등등의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하지만 조금씩 정리를 해가면서 다시 읽어보니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허술하거나 뜬금없던 것들이 교묘히 계획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다시 곱씹으면서 새로운 맛을 알아가는 느낌이랄까. 조금 더 친절했거나 상냥했다면 마주치치 못했을 즐거움을 가득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소설을 읽는 내내 팀 버튼의 영화 <비틀쥬스>를 떠올렸다. 전체적으로 기괴한 분위기 속에서 -이건 뭐 말이 될 것도 같고 전혀 안될 것 같기도 한- 독특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때로는 너무 억지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당황스럽기도 한, 그래서 난해한 듯 보이는 영화가 <비틀쥬스> 였다. 그런데 꽤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그 내용도 캐릭터도 분명 다르지만 이 소설도 그와 묘하게 비슷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남들이 알아서 밤낮없이 내 인생을 살아주는 삶이 과연 만족스러운 삶일까?! 나는 하지 못하는 걸 누군가가 대신해주는 것을 보며 그저 위안을 삼으며 그곳에 앉아 서서히 좀비가 되어갈 것인가?! 생각은 아니라고 하면서 이미 내 몸은,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정신까지도 스르르 녹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번 쯤은, 아니 가끔씩은 잠깐 멈추어 서서 자기 자신을 오롯이 바라보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그런 시간을 만드는 계기가 충분히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