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흰토끼 한 마리 보셨어요..?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카데바 소셜 클럽 Cadaver soCial Club (작가: 윤차이, 작품정보)
리뷰어: 키르난, 18년 6월, 조회 165

리뷰 쓰다가 깨달았지만, 『카데바 소셜 클럽』은 브릿G에서 맨 처음 읽은 소설입니다. 아직 가입도 하기 전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아마도 트위터쪽 링크를 보다가 19세기 영국 배경이란 말에 홀려서 보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챕터 1을 읽고 나서의 여러 감상들이 지금도 몽글몽글 떠오르니까요.

 

빅토리아기는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있고 이 소설도 그 즈음을 배경으로 합니다. 태그를 보면 1870년이로군요. 셜록 홈즈는 아직이지만 아서 도일은 한창 학교에 다니고 있을 시기고, 살인마 잭은 아직 등장하기 전. 나이팅게일 이야기는 크림전쟁 때라 소설 속에도 등장합니다.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BL에서도 여럿 보았습니다. 열린 곳이 아니라 닫힌 곳에서 연재되었던 소설 중 몇은 지금은 전자책으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빅토리아 여왕의 시대는 영국이 가장 빛나던 시기이고 상상의 여지가 많으니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지요. 반대로 생각하면 실재하는 시대이다보니 역사적 사실들을 맞추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가상과 실재의 세계 사이의 줄타기를 해야 하는 이 시대적 배경을 가진 여러 소설들 중에서 『카데바 소셜 클럽』이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 굉장히 발랄한 토끼가 한 마리 있기 때문입니다. 제목의 그 흰 토끼 맞습니다.

 

알렉산더 루크 리들리는 소설에서 뽑아 낸 듯한 키 크고 금발머리를 가진 미남입니다. 거기에 외과의이자 경찰에 협조하는 부검의에 검시관이기도 합니다.

사건이 발생한 홍등가가 있는 화이트채플로 가던 알렉스는 백색증을 가진 여자를 만납니다. 행색을 보아하니 창부인 것으로 추정되었고 말을 걸어보니 화이트채플의 거주민 맞습니다. 이름은 라핀느 드 블랑슈. 이름부터도 흰 토끼군요. 그리고 그 토끼양은 알렉스에 매달려 호객행위를 합니다. 저는 알비노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지만, 하여간 백색증에 관심이 있었던 알렉스는 명함을 한 장 건넸고, 그 명함이 콤비를 탄생시킵니다. 명함을 들고 갔던 토끼님이 사체 확인하는데 왔다가 몇 가지 특이점을 확인해주거든요.

 

알비노는 색소가 매우 옅어 흰 피부에 붉은 눈을 가지기 쉽다는 건 알았지만 시력은 미처 생각못한 부분이었습니다. 햇빛에 약하다는 것이야 짐작했지만 눈도 약하다는 건 뒤늦게 깨달았고요. 그렇지 않아도 페르시안을 포함해 색소가 적은 푸른 눈 흰 털의 고양이들은 눈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하니 토끼님이 눈이 안 좋고, 그래서 시각 대신 후각이 매우 발달했다는 것은 타당하게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 코가 유기된 시체의 여러 정황을 잡아내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이지요. 물론 시력 문제는 알렉스의 도움으로 색안경을 받으면서 해결됩니다. 이런 저런 사건들이 겹치며 닥터 리들리는 연구할 마음이 든 생물학 표본…쯤 되는 핀을 거둡니다. 핀도 화이트채플을 뛰쳐나오고 싶었으니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셈이지요.

 

이 소설의 재미는 글 중간중간에 묻어나는 시대상에 있습니다. 핀의 출신 때문에 등장하는 그 당시 창부들의 생활상, 그리고 알렉스를 포함한 신사계급의 특징들,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재산분배를 포함한 여러 짤막한 지식들까지.

언젠가 장르문학은 단순히 재미만 있어서는 안되고, 읽어서 득이 될만한 또는 쓸모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살아 남은 여러 소설들도 그 속에서 나름의 정보와 지식을 얻고 또 생각할 수 있었고요. 이 소설도 그렇습니다. 읽는 동안 그 시대 영국의 생활상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키가 아주 큰-후기에 따르면 190은 안되는 알렉스와, 150cm의 작은 키를 가진 핀은 같이 다니면 키다리와 성격 나쁜 작은 토끼로 보입니다. 주변에 토끼를 키웠던 친구가 있어서 그 습성을 들어보면 상당히 성격이 포악하다고 하니까 핀의 성격도 그냥 나온 것은 아닐지도요.

 

자아. 여기까지가 딱 첫 번째 챕터이자 첫 번째 사건 이야기였고 그 직후에 제가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던 태그 하나가 폭발합니다. 아니, 지뢰였던 것은 아닌데 미처 생각못했습니다. 어, 그렇군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전혀 문제될 것 없습니다. 닥터 리들리는 멋지고, 핀은 사납지만 귀여우며 성깔이 아주 특별하다 보니 그 정도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야기가 진행되며 이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게 되네요. 무엇보다 중반까지도 이들 둘의 관계는 성년은 지났지만 밖에 내놓으면 물 옆에 내놓은 소금자루 같은 흰토끼와, 그 흰토끼가 녹아버리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짠맛을 보여주기 전에 적절히 관리하는 보호자로 보입니다. 거기에 앞부터 계속 깔려 있었던 핀의 출생 비밀이 얽히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남은 분량을 두고 두고 아껴볼까, 아니면 다음편까지 계속 달릴까 고민하면서 한 편 한 편 읽는 사이에 벌써 66화. 그렇습니다. 이미 남길 것은 한 편도 없고 홀랑 다 털어 읽었습니다.

핀은 가족을 찾았지만 문제가 조금 있고, 알렉스는 서서히 핀과 알콩달콩한 생활을 꾸려갑니다.

아무래도 활동반경이 넓지 않아 그런지 이런 저런 사건들과 사람들이 계속 뒤엉킵니다. 이 사람을 만나 보니 저쪽에서 만난 사건의 주요 인물이고, 그 사람이 또 알렉스의 형님과 얽힌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런 복잡한 상황들은 각 챕터가 끝나면 일단락 되었다가, 새 챕터가 시작되면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사건이 들어오며 뒤섞입니다. 가끔 비문이 보이기도 하고 가끔 그 엉킨 실타래를 보며 복잡하다 투덜대기도 하지만 금방 금방 풀립니다. 그러니 더 마음 놓고 다음 편을 기다릴 수 있는 것이지요.

 

지금은 핀이 날린 주먹을 맞은 그 분께서 사과하러 찾아오시려나라는 궁금증을 갖고 다음편을 기다립니다. 아냐, 어쩌면 이미 안나님께서 말로 어퍼컷을 더 날렸을지도 모릅니다. 그거야 알 수 없지만 알렉스와의 연애전선에 크게 영향은 안 주고,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으니 다행이네요. 더불어 핀의 공부도 무사히 잘 끝났으면 하고 생각해봅니다. 핀이 나이팅게일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은 무리더라도 그 근처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작가님이 조금 더 자주 오셨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아닙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오시니 다행입니다. 그러니 채소 갉아 먹는 토끼의 심정으로 조금씩 아껴가며 읽고, 앞 이야기도 반복해서 읽고 또 읽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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