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 너클볼러가 등판했다 공모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새벽의 풍경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BornWriter, 18년 5월, 조회 92

매우매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매우매우 스포일러 함유합니다.

매우매우 매우매우 매우합니다(?)

 

추리 소설 작가를 야구의 투수에 빗대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처음에는 굉장히 좋아했어요. 도저히 전개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가 없었거든요. 제가 처음 본 게이고의 작품은 ‘게임의 이름은 유괴’였습니다. 고등학생 때 학교 도서관에서 쪼그려 앉은 채로 다 읽어버린 점심시간을 기억해요. 당시의 저는 꽤나 속독파였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게이고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앞으로 전개가 어떻게 될 것인지, 누가 범인인지 알아맞추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더군요. ‘학생가의 살인’은 처음 50페이지를 읽기 전에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알 것 같았고, 다음 50페이지가 지나는 동안에는 범인도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제가 예측한 대로 전개되고, 범인도 정확히 맞춰버렸습니다. 그 이후로 게이고의 소설은 읽지 않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예리한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입니다. 그렇지만 타석에 오래 서서 게이고의 공을 상대하다보면 그 궤적인 점차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의 공은 예리하게 꺾여서 들어오지만, 그 예리함까지도 예측 가능해지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마치 올해의 유희관 선수가 부진을 겪고있는 것처럼요. 유희관 선수는 느린 구속 대신 정밀한 제구로 살아남았지만, 올해의 타자들은 유희관 선수의 공을 다 예측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고 직구 승부만 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직구가 아무리 빠르다 해도 오랜 시간 추리 소설을 읽어온 독자라면 그 타이밍을 잡는 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가장 좋은 건 직구와 변화구를 섞어서 던지는 거겠죠. 한 작품 안에서 직구와 변화구를 섞어서 던질 수 있다면 훌륭한 작가일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이 작가는 너클볼러입니다. 너클볼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의미해집니다. 포수마저도 공이 어디로 튈지 확신을 가질 수 없죠.

 

 

처음에 이 작품을 읽을 때는 직구 승부를 보겠다는 건 줄 알았습니다. 전개가 너무 뻔한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공이 꺾여져 들어오는 게 아니겠어요? 제이가 로즈를 안고서 ‘네가 어떤 모습이라도 사랑해’라고 말하는 순간 이 작품이 “살인하는 아내와 그걸 알게된 남편”에서부터 “살인하는 아내와 그걸 도와주는 남편”정도로 바뀌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반대쪽으로 휘어지더라고요. 저는 이번에야 말로 결말이 보인다! 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바로 다음 화에서 제가 예상치 못한 뱡항으로 전개가 틀어졌다는 겁니다. 그리고는 포수 미트에 정확하게 들어가더군요.

뭐랄까, 너클볼러가 제구마저 갖추다니 너무 비범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이 첫 완성작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릅니다. 이 작품과 전개가 유사한 작품을 써낼 수도, 너클볼러처럼 언제나 다른 궤적의 작품을 완성할 수도 있습니다. 부디 신선함을 잃지 않고 늘 놀라운 궤적을 선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여러분께 이 작품의 일독을 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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