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毒, 독 감상

대상작품: (작가: 현이랑,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4월 28일, 조회 15

비가 추적거리며 내리는 날, 시골집 마당에 뚜껑 덮인 독이 있다.

평소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그 독을 누군가 들어 당신 앞에 가져다 놓았다고 해보자. 그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텍쥐페리는 구멍을 세 개 뚫어 놓고 양이 들었다고 둘러댈 것이고, 슈뢰딩거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고양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 독 안에 무엇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종류의 수수께끼인지 짐작도 가지 않지만, 우선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 일반적으로, 고추장이나 간장을 담근 항아리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문제에는 좀 더 창의적인 답이 필요하다. 우주, 바다 같은 말도 안 되는 것이어야 신선한 답이 될까. 갑자기 튀어나오는 괴물이 들어있다면. 그 모든 게 아니면 텅 빈 독일까.

사실 뚜껑을 열어볼 때까지는 아무도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지 못한다. 이렇게 말하면 슈뢰딩거 씨가 저 멀리서 슬며시 웃겠지만, 그의 손을 완전히 드는 것은 아니다. 이 독에 무엇이 들었는지 답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아, 이 독을 어디에서 가져왔는지를 설명하지 않았다. 조금 늦게 밝히게 되어 미안하지만, 당신 앞의 독은 현이랑 작가의 단편소설 〈독〉에서 꺼내 왔다. 당신이 이 소설을 읽었다면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거나 걸음아 날 살리라고 도망갔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음, 약간은 뒤로 물러나서 추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어쨌거나 이 문제의 답을 밝히기 위해서는 독의 뚜껑을 열어야 할 테니까.

힌트를 하나 주겠다. 이 독에는 소금이 가득 차 있다. 그 소금의 용도는 무언가를 절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금과 함께 절일만한 무언가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답을 알았다면 당신의 식성은 좀 일반적이지 않은 듯하다. 아, 그 절인 것을 먹는다고 말하지는 않았으니 지금 답을 맞히는 것이 아주 불가능하거나 이상하지는 않을 수 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힌트를 너무 많이 준 감이 없잖아 있다. 그러니 이제는 대충이라도 추측을 해보시길. 머리를 스치듯 문제의 답이 지나갔으나 ‘설마’라고 생각하며 미간을 찌푸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더 과감해져 보라. 거의 답에 근접했으니.

이제는 더 끌지 않고 이 독의 뚜껑을 열고자 한다. 미리 경고하는데 자신에게 심신의 안정이 절대적으로 우선되어야 한다면, 그리고 만약 당신이 청소년이라면, 독의 입구가 보이지 않도록 물러나기를 권한다. 음. 당신 옆에 경찰이 있는 건 이 독 안에 든 것의 후속 조치를 위해서니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 독을 소설 안에서 가지고 나왔기 때문에 그 안에 든 ‘무엇’을 내가 넣지는 않았다. 그러니 무엇이 나오더라도 나를 의심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자 이제, 독의 뚜껑을 연다. 당신이 마음의 안정을 위해 내부를 보지 않기로 결심했을 수 있기에, 누구보다 먼저 이 독 안을 확인했던 소설 속 둘째 고모의 비명을 함께 인용한다.

 

 

윤명아, , 사람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