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좀 닫게 해 주세요. 제발.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구조구석방원 (작가: 아소, 작품정보)
리뷰어: 서우서우, 3월 27일, 조회 20

한 때 자주 가던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었습니다. 그때가 대선 때즘인가? 였던 거 같은데, 아무튼 그 커뮤니티도 대놓고 정치 글들이 많이 올라왔었어요. 저 역시 관심이 많았구요. 한 유저가 쓴 글에 반박하는 댓글을 달았는데, 제 뒤로 수두룩하게 댓글들이 달렸어요. 그게 그러니까, 무슨 논리적인 댓글들이 아니었어요. 왜 사냐. 나가 죽어라. x신 x랄 한다. 너도 대가리 깨트려봐야겠다. 뭐 그런 욕지거리 있잖아요. 그걸 한 사람한테 받으면 모르겠는데 여러 사람한테 들으니 정신이 혼미해지더라고요. 고작 온라인상의 일인데도 겁이 덜컥 났어요. 그때 처음 이 글의 주인공과 비슷한 류의 공포를 느꼈습니다.

공포는 확실히 공감하는데에서 출발해야 하는 거 같아요. 가령 저한테 누가 ‘야, 지금 밖에 키가 3미터에 눈은 한 개 있고 이마에 커다란 뿔이 달린 괴물이 불방망이를 들고서 널 혼내주려고 밖에 서 있다’ 라고 말하면 하나도 안 무서울 거 같아요. 공감이 안 되거든요. 그 공포의 대상이요. 저한테는 어마무시한 악마가 뜬금없이 나타나 내 앞에서 어흥어흥 무섭지 하는 것보다 내 딸이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질락 말락하는 순간을 상상하는 게 더 공포스럽거든요.(악마를 이렇게 코믹하게 묘사해놓고?)

처음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집중이 잘 안 되다가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몰입한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게 그러니까..나는 문조차 닫을 수 없는 상황인데 사람들이 나의 집을 지켜보고 있다는 상황이 설명될 때부터 같아요. 그러니까 대단한 설정같은 건 필요없어요. 공감할 수 있는 작은 상황. 그게 중요한 거겠죠.

다소 비정상적인 온라인 세상을 현실까지 옮겨놓은 듯한 이 이야기는 충분히 벌어질 법한 일이기에 무섭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상황만 만들어지면 낄낄거리며 속내를 드러낼 사람들이 더 무섭죠.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가서 다 문을 잠궈주고 싶었어요. 백만원 포기하고 문 좀 잠그라고 제발 ㅠ

읽으면서 꽤 인상 깊었던 묘사가 있습니다.

‘그건 사람이 크게 흔들린 노이즈처럼 생겼습니다. 너무 빨리 사진을 찍으려고 들면 화면 왼쪽 끝부터 오른쪽 끝까지 한 사람이 연달아 찍히는 거 말이에요. 다리 아홉 개와 사분의 삼개짜리 머리를 여덟 개 달고 있는 것처럼.’

이 부분을 읽고 저는 이 이야기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공포의 대상을 아주 적절하게 묘사했구나 싶었어요. 실제로도 상상해보면 기괴하고 공포스럽기도 했고, 소수인 약자에게 폭력적 다수는 가장 큰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니까요.

덧)근데 제발 제목이 무슨 뜻인지 알려주시겠어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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