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여름밤에 읽으면 좋을 입문용 오컬트 – <지금 성불시키러 갑니다> 리뷰 감상

대상작품: 지금 성불시키러 갑니다 (작가: 은비랑, 작품정보)
리뷰어: 라니얀, 4월 27일, 조회 11

작가님도 소개 글에 적어주신 것처럼 워낙 오컬트 장르가 최근에 많은 인기를 끌고 있어서, 저도 더 흥미를 가지고 이 작품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무서운 걸 그다지 잘 보지는 못하는 편인데 이렇게 날이 조금씩 더워질 때면 또 무서운 걸 찾는 그런 사람이라, 그래도 글이라면 좀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읽어보았습니다.

현재 연재된 내용까지 보았을 때 이 작품은 무서운 걸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누구나 재미있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입문용 오컬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오컬트 장르인데도 그렇게 마냥 무겁지 않고 오히려 어딘가 귀여워서 마음이 갑니다. 거의 사고를 치는 중심인 스트리머 이승준은 말을 참 안 듣지만, 본인이 맡은 일만큼은 책임감 있게 확실히 처리하고 영가의 사연엔 진심으로 가슴 아파할 수 있는 따뜻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일도 스님은 나름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당당하게 땡중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친화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혜화 보살은 등장인물 중 제일 어린 20대지만 본인의 영역에서는 이들 중 누구보다 진지하고 프로페셔널한 캐릭터입니다. 작가님의 작품 소개에는 나와 있지만 지금까지의 연재분에는 아직 등장하지 않은 ‘박신부’도 어떤 캐릭터일지 궁금해지네요. 이렇듯 캐릭터들마다 자신의 포지션이 확실하고 에피소드마다 본인만의 활약을 펼치며 매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흥미롭게 빠져들 수 있습니다. 캐릭터의 매력은 특히 장르소설에서 정말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오컬트 장르로서 ‘공포’를 놓치지 않습니다. 공포 영화만 보아도 워낙 이미지와 소리가 강력하기 때문에, 공포감을 주는 데 있어 글이라는 형태가 조금 밀릴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표현력에 더해 독자의 상상력까지 갖춰져야 온전히 공포감이 전달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작품은 최소한 작가님의 표현 면에서 공포감을 충분히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스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청각적인 공포나 시각적인 공포가 글로 자연스럽게 전달됩니다. 입문용이라고는 했지만 저는 몰입해 읽으면서 어느 순간엔 진짜 좀 무섭더라고요. 오컬트 장르라면 역시 이 정도의 오싹함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표현 면에서도 읽기 좋은 오컬트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더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가는 수사극의 성격도 있어서, 수사물을 좋아하시는 분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품 연재분을 보면 이제 막 이야기의 서막이 끝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려는 구간으로 보입니다. ‘대체 저기에는 또 어떤 사연이 있고 어떻게 저걸 풀어나갈까?’ 하는 기대감을 새로운 에피소드마다 다시금 들게 만드는 건 이 작품이 가진 특유의 매력 덕분일 것입니다. 단순히 한 요소만의 매력이 아니라 앞에서 말한 여러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나오는 복합적인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앞으로 계속 발전시키셔서 또 하나의 한국 오컬트 명작으로 이름을 올리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