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딴지가 의미가 있을진 모르겠어요. 그러니 공모가 끝나고 뒤늦게 리뷰를 작성해 봅니다.
맨 처음 읽었을 땐 그다지 와닿지 않았고, 리뷰를 쓰려고 다시 읽으니 재밌었어요. 이 괴리는 어디서 왔던 걸까요?
재밌었어요. 이 이야기는 사기꾼이 자신이 친 사기에 당한다면? 이라는 주제를 지닌 단편입니다. 하지만 처음 읽었을 땐 와닿지 않았어요. 쓸데없는 강조가 많기도 했고, 보이스 피싱은 9년 전인데 3년 전 가족사진을 보여주면서 딸이 너 때문에 죽었어! 하는 것도 있고요. 하지만 다른 이유보다도 일사부재리 때문이었던 거 같습니다.
일사부재리. 한번 판결이 내려진 사건에 대해선 다시 재판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형사사건에만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저는 컨피던스 트릭의 주인공에게도 이게 적용되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영민은 사기꾼이고 나쁜 인간이에요. 그러나 나쁜 인간의 전형이냐고 물으면 조금 애매합니다. 독자는 작가가 보여준 만큼만 알 수 있고, 보여주지 않은 부분은 스스로 메꿔야 하는 법이니까요. 영민은 사기를 쳤지만, 결국 구속당해 죗값을 치렸고, 사기꾼이라는 이유로 직업조차 갖지 못합니다. 심지어 동생과의 관계도 파멸에 이르렀는데 영민은 여기서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작가가 보여준 건 여기까지입니다. 이걸로 충분할까요? 저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사기꾼이 자신의 수법으로 사기를 당해 파멸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수를 저질렀다가 죗값을 치르고 반성한 사람이 사기를 당해 파멸하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래서 처음 읽었을 땐 애매했던 거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뒷부분에 복수가 그다지 와닿지 않습니다.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요. 53명의 피해자, 5억의 피해금이라고 하면 와닿지 않지만, 딸을 구하기 위해 마련한 금액이라고 한다면 영수가 나쁜놈이라는 사실이 환기되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다시 읽었을 땐 재밌었던 거 같아요.
차라리 좀 더 납작하게 만들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영수가 뉘우침 없이 다시 좀 더 완벽한 보이스 피싱을 꿈꾸거나, 혹은 사기친 돈을 빼돌려 호위호식 하려 했지만 동생에게 사기를 당해 돈이 떨어졌고, 이런 알바를 하려 했거나 한다면요. 물론 사이다 중독증에 걸린 독자의 푸념일지도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