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의 회사 부활 프로젝트! 감상

대상작품: 사장님의 비즈니스 (작가: 이준혁, 작품정보)
리뷰어: 후더닛, 18년 5월, 조회 16

‘사장님의 비즈니스’는 작품 소개에 나오는 대로 ‘판타지 경영물’입니다.

경영물이라는 건 제목에서 이미 느껴지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판타지라는 것은 요정이 나오고 오크가 등장하는 그런 이야긴가 하실 분도 계실테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사나 마법 같은 건 나오지 않아요. 지금의 기업 경영과 그리 다르지 않은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만 펼쳐지죠. 다만 공간과 시간적 배경이 너무나 모호한, 그래서 판타지입니다.

주인공은 ‘키아라 나이틀리’라는 이름의 여성. 어쩐지 작가의 개인적 취향이 엿보이는 것 같네요. 키아라는 막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인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아버지 비토에게서 듣고 맙니다. 아버지가 주식 투자를 잘못하는 바람에 무려 1억 탈러(이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금액인지는 소설에서 정확히 환산해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키아라가 절망하는 것을 보니 무지 큰 돈인 것 같습니다.)나 되는 빚을 져 그가 경영하는 엘리스 연필 회사가 도산 위기에 처했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이제 금수저에서 흙수저로의 내리막이 펼쳐지면서 진창에 구르며 울부짖는 일이 펼쳐졌겠지만,

우리의 주인공 키아라는 주어진 운명에 수동적으로 순응하는 성격이 아닙니다. 고난이 있다면 기꺼이 맞서 싸우면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성격인 것입니다. 그래서 5년의 빚 상환 유예 기간 동안 키아라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생존이라는 절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버지를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뒤, 자기가 그 자리에 취임하여 기업 경영의 길로 나섭니다.

문득 아카가와 지로의 소설 ‘세일러복과 기관총’에 나왔던 여주인공인 호시 이즈미가 생각나는군요.

그는 사촌 동생 루카를 대표 이사로 선임한 뒤,

시골의 작은 공장에 불과한 ‘엘리스 연필 회사’가 새로운 사업으로 진출하지 않으면 5년 안에 빚을 탕감하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과감하게 이제 막 산업화 초기 단계에 있는 만년필 사업으로 뛰어들 결심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의욕을 좌절시키는 여러가지 난관을 차례로 만납니다. 일단 도산 위기에 처해 있는 공장에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은행을 설득해야 했으며, 회사의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이전 회사에 남아 있던 적폐들을 노동자들의 파업을 감수하면서까지 없애야 했으며, 엘리스 보다 훨씬 큰 회사인 에버모어와도 경쟁해야 했습니다.

소설은 키아라와 루카가 어떻게 찾아온 고난을 하나하나 족족 넘어가는지, 그 과정을 에피소드로 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게 전반까지의 이야기라면 후반은 만년필을 본격적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공장을 찾아다니며 만년필 부품 하청을 계약하고, 새로운 만년필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진을 섭외하며 사장이 돈을 갖고 도망가는 바람에 망한 만년필 회사의 수석 디자이너를 어려운 회사 사정에도 불구하고 채용하는 등, 만년필 산업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이야기가 한껏 펼쳐집니다.

경영이야기라고 하지만 내용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형식도 그리 어렵거나 무겁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아마도 ‘판타지’라는 형식을 취한 것 자체가 그런 ‘가벼움’을 원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아직 연재 중이기에 키아라와 루카가 다음에 만날 고난은 무엇일지 궁금하군요. 부디 완결까지 잘 이어져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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