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롭지만 조금은 아쉬웠던 단편 공모 공모채택

대상작품: 너와 나의 이야기 (작가: 정혜성, 작품정보)
리뷰어: 코르닉스, 18년 4월, 조회 50

게으른 감상입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어느 날, 해럴드는 잠에서 깨어 자신이 인간의 언어 대신 개 짖는 소리를 낸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것만 해도 기절초풍할 정도인데 애완견인 러브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럴드에게 인간의 언어로 말을 건냅니다. <너와 나의 이야기>는 흥미로운 도입부로 시작합니다. 마치 카프카의 <변신>처럼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변화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그저 변화와 부조리를 받아들이고 반응할 뿐입니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언어에서 오는 권력을 말하는 블랙 코미디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어는 힘이니까요. 하지만 조금 달랐습니다. 러브가 인간의 언어를 하면서 해럴드에 대해서 권력을 얻는 건 맞습니다. 그렇지만 러브가 해럴드를 쥐고 흔든 건 러브가 인간의 언어를 하였기 때문이 아닌 러브가 권력 지향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러브가 살아온 공간은 암투와 배신이 넘치는 세계입니다. 개 버전의 마피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러브는 애완견과 떠돌이 개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립을 이용하여 마을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신체가 쇠약해지자 입지도 당연히 줄어들고 오히려 러브를 거추장스럽게 생각하는 개들도 늘어납니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언어를 할 수 있다는 능력은 매우 큰 능력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기에 러브는 적극적으로 해럴드를 이용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해럴드는 어떨까요. 처음에는 지극히 평범해 보입니다. 하지만 곧 이상함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개 짖는 소리 밖에 하지 못하지만 그렇게까지 불편해 보이지 않습니다. 직장에 나가지도 않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지도 않습니다. 소설을 적지만 출판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결핍된 사랑을 위해 다소 충동적인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니 서로가 뒤바뀐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어떤 삶이 가장 인간다운 삶인지 정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오히려 둘의 입이 바뀐 건 결과적으로는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더 읽어보니 그런 이야기도 아니었지만요. 그렇게 볼 수 있는 여지도 있지만 소설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그건 소설의 초반부터 나옵니다.

 

“우린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 가족이야.”

 

이야기는 러브의 인간을 이용한 권력 다지기와 해롤드의 뜬금없는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하나의 주제를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그건 바로 가족입니다. 해럴드와 러브는 이야기 내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서로 지향하는 점도 다르고 그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긋지긋해 하고 때로는 다투기도 합니다. 극단적으로 상대를 배신하거나 사는 곳을 바꾸려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같이 있기로 하였습니다. 가족이기 때문에요.

이럴 거라 추측하지만 저에게는 그 감정은 잘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합니다. 이건 결국 가치관의 차이겠지만요.

 

다만 소설은 이 가족이라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 전까지는 전반적으로 사건은 깔끔하고 납득이 가게 흘러갔습니다.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흥미를 끌고 긴장감도 충분했다. 해럴드는 러브를 처단하기로 임시 동맹을 맺은 개들에게 쫓기고, 러브는 해럴드가 반했던 여자에게 말하는 개라며 쫓깁니다. 그러면서 가족의 존재를 떠올리고 다시 만나면서 가족이라는 걸 확인합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조금 더 극적이거나 깔끔하게 끝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커플의 신고를 받은 보건소에서 인원을 보냈다거나, 보니가 그 커플이 예전에 기르던 개라서 권위가 상실되어 동맹이 와해되어 무사히 집으로 갈 수 있었다거나 말이죠. 그런 식으로 끝났으면 납득이 갔을 겁니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이야기는 추상적으로 바뀌더니 그대로 끝나고 맙니다. 마치 예전 한국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했습니다. 감독이 원하는 환상적인 장면을 위해서 모든 전개와 결말이 날아가는 작품이요.

차라리 처음부터 그런 환상적인 분위기가 내내 깔려있었다면 거부감이 덜했겠지만 소설은 왜 바뀌었는지 답해주지 않는 걸 제외하면 상당히 구체적으로 그려졌습니다. 세속적인 캐릭터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배신과 이득을 챙기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모든 게 사라집니다. 구성은 독특해졌지만 원래 구성에서 얻을 수 있었던 재미도 사라진 점이 아쉬웠습니다. 너와 나의 이야기지만 그게 다른 존재를 배제하는 건 아니니까요.

 

결말 이전까지는 어떻게 될지 조마조마하면서 재미있게 읽었고 그만큼 결말에서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저에게는 맞지 않았지만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만큼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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