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감정, 이어진 걸까? 태어난 걸까?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마리 멜리에스 (작가: 해도연, 작품정보)
리뷰어: 도련, 18년 4월, 조회 139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꼭 <마리 멜리에스>를 다 읽은 다음에 이 리뷰를 읽어주세요. *

 

 

옛날 옛적, 제가 <X-파일>이 이 세상 최고의 드라마라고 생각하며 밤마다 꿋꿋하게 KBS로 채널을 돌리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초등학생의 머리를 쾅 치고 지나간 그 수많은 에피소드 중 하나가 바로 <마리 멜리에스>에서 다루는 마인드 업로딩에 관한 것인데요.

정확히 말해서 그 에피소드에서는 자신의 정신을 복사해 기계로 집어넣는 행위… 마인드 업로딩을 하는 곳이 사이버스페이스였습니다만, 물리적 실체가 없는 가상 공간으로 마인드 업로딩을 끝마친 아름다운 여성의 입에서 새하얀 연기가 나오던 신은 제 뇌리에 오래도록 남아 취향의 한 부분을 이루었고, 영구히 제 대뇌피질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남아서 심심할 때마다 떠오릅니다.

추억이지요.

 

이쯤에서 마인드 업로딩이 무엇인지 나름대로 설명드리는 편이 좋을 듯 한데…

작가님이 읽으셨을 (그리고 아마도 영감을 받으셨을) 마인드 업로딩에 관한 한국 스켑틱 7호 기사를 읽을 수는 없었습니다만, 다행히 인터넷에서 그 기사의 내용을 잘 요약해 갈무리해놓은 블로그 포스팅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마인드 업로딩이고

이것이 의식이란 대체 무엇인지를 논하는 이론입니다! 세세히 나와 있지는 않지만.

마인드 업로딩을 단순하게 말하자면, 사람의 영혼을 기계로 전송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의 의식을 기계에 이식하는데, 그 방법이 뇌를 떼어서 기계에 가져다놓는…!

뭐 그런 것이 아니라 뇌에 담긴 의식을 스캔해서 기계에 그것을 송신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지요.

짐작하시겠지만 이것은 곧 뇌과학의 영역과 맞닿아 있고, 더 고차원적으로 나아가자면 사람의 영혼이란 과연 어디에 있는가? <- 이 문제와도 관련이 있어요. 매우 단순하게 생각해 보더라도, 육체와 영혼이 아예 분리된 것이라면 뇌를 아무리 잘 스캔해봤자 인간의 의식을 추출해내기란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크으으…

이쯤에서 탁자 좀 내리치고 넘어가겠습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쾅!)

과학이란 이렇게 아름답습니다! (쾅!)

수학이 덧셈과 뺄셈 기호로 이루어진 재미없는 학문이 아닌 것처럼, 과학이란 곧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요 우리의 삶과 맞닿은 아름답기 그지없는 학문인 것입니다! 미 그 자체, 크으으! (쾅쾅쾅쾅!)

 

이상 콰오카와코아콰와코아콰왘왘와쾅쾈ㅇ쾅쾅 탁자 내리치는 시간 끝.

죄송합니다.

제가 뇌과학만 떠올리면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고는 환희에 잠기며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이라서 그래요. 이해하세요.

 

제가 <마리 멜리에스>를 읽으며 내내 떠올린 것도, ‘영혼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이고 거대한 질문이었습니다.

그 전에 이 졸문을 읽으시는 분께 질문 하나.

 

마리는 결국 서월일까요, 서월이 아닐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작가님의 의도가 있겠지만, 답은 어쩌면 각자의 마음속에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답은 아마도 ‘영혼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영혼이란 정말 무엇일까요?

영혼이 육체에 비해 너무 추상적인 단어라면, 그것을 ‘의식’으로 바꿔봅시다.

사람의 의식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요?

현대 과학은 뇌에 있다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비록 D-나 C-와 같은 아름다운 학점이 성적표에 줄줄이 깔렸고 늘 “도련씨를 보면 우리나라 심리학과 교육과정이 얼마나 부실한지 알 수 있어요 ^0^”라고 놀림을 당하며 망상의 정의조차 제대로 읊지 못해 늘상 까이는 수준이지만 어쨌든 심리학과를 졸업하긴 한 사람으로서,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사람의 의식을 이루는 총체적인 구성품은 곧 뇌에 있는 걸요. 애석하게도 심장은 온몸으로 피를 펌프질하는 근육덩어리라는 게 밝혀졌거늘, 어찌 심장에 있겠습니까.

뇌예요, 뇌. 뇌 밖에 없죠, 뭐. 뇌네요. 답은 뇌!

이렇게 대답하는 게 과학 교육을 잘 받은 애가 객관식 시험을 볼 때 정답을 맞추기 위해 해야 할 정상적인 사고과정인 거예요.

그러나 정말 사람의 의식을 곧 뇌에 있는 뉴런 사이의 전기 및 화학 작용으로만 치환할 수 있다면요.

마리의 감정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마리는 어떻게 자의식을 지닐 수 있고, 문제 의식을 느낄 수 있고,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요?

서월의 의식을 다운로드했으나 그 뒤에 새로운 기억이 쌓이고 입력되었기 때문에?

분명한 것은 마리의 의식은 서월이라는 사람의 의식을 기반으로 하기는 했다는 사실이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마리가 곧 서월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는 여러 답이 나올 수 있겠죠.

이쯤이면 다들 눈치채셨겠지만 이것이 바로 <사랑이란 감정, 이어진 걸까? 태어난 걸까>라고 리뷰의 제목을 붙인 이유입니다.

서월이라는 사람이 느낀 감정이 이어진 것일까요.

아니면 서월이라는 사람과는 별개인 마리라는 사람 내에서 태어난 것일까요.

마리는 서월의 의식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유진을 사랑한 것일까요.

아니면 의식이 기반이 된 것과 유진을 사랑하는 감정은 별개인 것일까요.

 

물론 글을 쓰면서 작가님이 생각하신 바가 있겠죠.

하지만 저는 역시 이 질문의 답을 여러분께 맡겨놓고 싶어요.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이대로 끊으면 결론 없는 리뷰가 되어버립니다. 잘 알아요.

그렇게 되더라도, 저는 이 리뷰의 결론을 여러분께 맡겨놓고 싶어요.

왜냐하면 혼자는 외롭고 둘은 하나이며 우리는 <마리 멜리에스>를 사랑하기 때문… 이 아니라.

정말 좋은 문학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보거든요. 좋은 쪽으로요.

그리고 <마리 멜리에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의식이란 무엇인지.

의식이 이어질 수 있는지.

의식이 연속된다면 , 서로 독립된 개체인지 아니면 같은 개체인지.

내가 생각하는 정답이 정말로 정답인 것인지.

 

 

 

그러니 <마리 멜리에스>를 꼭 두 번 세 번 여러 번 읽으시고요.

이 보잘 것 없는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의 마음 속에도 자그마한 의문이 깃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리뷰의 제목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에서 따왔습니다.

중요해서 볼드 처리한 것 맞아요.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먼저 떠올리신 분들께는 제가 그 존재를 향하여 힘차게 “삿되도다, 물렀거라!” 외치겠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학교 수업 시간에 보았는데요, 제 기억에는 극 중의 키워드가 되는 대사가 대충 이렇게 남아 있습니다.

“쏘아올린 불꽃의 모양은 동그랄까? 납작할까?”

기억력에 의존한 거라 실제 대사와는 다르겠지만요, 여러분이 다 아시듯 불꽃놀이할 때 팡팡 터지는 불꽃 모양이 어떻게 납작하겠습니까.

당연히 동그란 모양이죠.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다 나오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과학을 잘 배웠다면 다 동그랗다고 답할 겁니다.

정답은 이미 나와 있어요.

우리가 쏘아올린 불꽃을 밑에서 볼 수밖에 없는 것처럼요.

그러나 우리는 정답과 다른 세계를 꿈꿀 수 있고, 그것이 바로 모든 상상력의 근원이자 모든 문학의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우리가 정답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 어떻게 정답이라고 확신할 수 있죠?

한낱 인간인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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