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결말이 나오지 않은 이야기의 끝을 알고 있다면 그것은 축복일까.
이영도 타자님의 작품들을 읽어오면서 얼얼해진 뒤통수를 부여잡으며, 많은 좌절을 느껴왔다. 그러나 피학적인 즐거움을 떨치지 못하고 오늘도 새로운 회차가 업로드 되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매번 크리티컬 히트를 기록하던 두개골의 두께에 1mm 정도의 변화가 있었는지, 현타가 온 뒤의 상태처럼 조용히 그의 매질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현타의 지속시간은 정해져 있다. 쳐맞기 전까지…
이영도님의 전작들을 관통하는 한 가지 키워드는 무엇일까? 나는 X텐에는 근접하지는 못하지만, 과녁은 노리고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한 단어를 끄집어 낸다. 바로 “현재”이다. 이 현재에 대한 관념은 지극히 진보적이면서도 지독히도 보수적이다. 극과 극이 통해서 일까? 아니면 펠라론 게이트의 [목소리]처럼 우리가 갖고 있는 개념의 선택이나 취합, 소거가 아닌 확장을 요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영도님의 모든 작품을 열거하지 않고 오버 더 시리즈만을 떠올려 보더라도 모든 마법은 파훼되었다. 호라이즌에서는 “악기 살해”는 없었으며, 네뷸러에서는 “별을 향해 뻗는 손”은 대가 끊겼으며, 미스트에서는 “개양이”인지 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모습을 보였다.
모든 경계선을 넘고자 하는 시도의 마지막에는 프로타이스하게도 티르 스트라이크가 있었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모든 글들이 티르 스트라이크하기 위해서 쓴 것들인지도 모른다.
예상해 본다. 오버 더 초이스에 “부활”은 없을 것이다. 퓨쳐워커는 잠시 잊자. 모든 흥미진진한 요소들과 설득력에도 불구하고 “부활”은 없을 것이다. 타자님이 안내하는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현재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재미있다. 롤러코스터도 결국에는 시작점으로 돌아오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