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대낮이다.
동리산 태안사 대웅전
부처님 손바닥.
빛과 그림자
한숨결로 낮거리 한창이다.
문 틈새로 날아든
산바람은 고요와
뒤엉켜 낮거리 한창이다.
염불소리
목탁소리
한소리로 낮거리 한창이다.
이승과 저승이
극락과 지옥이,
엎치락뒤치락 낮거리 한창이다.
아하.
부처님도 만족스러운가
손바닥
오무렸다 폈다
부산한 낮거리들과
부처님 미소가
한덩어리로 어우러져 낮거리 한창이다.
1.
작년에 있었던 소재 백일장에 제출되었던 글입니다. 그 때 초능력자와 서울역, 보름달과 방화, 미치광이라는 소재가 다 들어간 글을 쓰기로 하셨었죠. 과연 다섯가지 소재가 다 들어가고도 얼마나 색다른 글이 나오는가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던 기억이 나요. 기대에 부응해주시는 글들을 보고 감탄사만 연발했던 기억도 함께 떠오릅니다.
탱탱님의 <목탁솔로>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었죠.
그 유명한 절오빠를 탄생시키며 작품이 마무리 됐었고, 단문응원도 쭉쭉 늘어났었고요.
의식의 흐름에 따른 편한 전개라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점이 이 글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극히 해학적인 운명론에 따라 사건이 전개되는데 그 앞길엔 부처님이 나타나도, 방화범이 나타나도 주인공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있기 때문에 전혀 걱정이 안돼요. (이 글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ㅋㅋ’을 쓰지 않는 것이 리뷰의 목표가 될 것 같네요.)
인생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면 어떠실 것 같나요?
아무리 노력해도 갈 수 있는 대학이 정해져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벌 수 있는 돈이 정해져 있다면. 아무 흥이 나지 않겠죠. 아둥바둥 살아봤자 정해져 있을테니.
저는 가끔 무속에서 신내림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 길이 정해져 있는 사람의 삶이 얼마나 퍽퍽할지를 생각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글 속의 청년 지훈이에게는 그런 메마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어떤 리듬 속에서 스탭을 밟듯이 밝고 경쾌하기까지 하네요. 정해진 소재로, 정해진 운명에 대해 쓰면서 감정이 평균 이상으로 유지 되는 것. 탱탱님의 작품 전반에서 찾을 수 있는 유쾌한 장점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어쩐지 지훈이와 오버랩되는 유비가 있는 탱탱 삼국지도 추천합니다.
2.
저는 불교라 실제로 목탁소리를 참 많이 들으며 자랐습니다. 생각난 김에 들어볼까 싶어서 유튜브에 접속해서 ‘목탁’까지 쳤는데 연관검색어에 ‘목탁비트’가 떴고… 이후는 짐작하시는 바와 같이 목탁과 드럼의 콜라보를 듣고, 쇼미더 붓다도 보고 목탁소리 내는 개까지 보고 나서야 왜 접속을 했는지 생각이 났습니다.
세상에.
진짜로 뭔가, 불교도 변하고 있구나 하고요. 어쩌면 목탁솔로로 만파식적에 버금가는 평화를 불러올 수도 있겠어요. 그런 허황된 꿈까지 꾸었습니다. 청년이 꿈에서 봤던 천수관음의 목탁솔로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어요.
일단은 불을 질러 자신과 세상에 복수하려던 잘못된 발상을 한 미치광이를 구했으니 지훈의 첫걸음은 소설의 경쾌한 전개처럼 가볍네요.
어쨌거나 그 결과는 극락의 힘을 받아 사바세계를 누빌 지훈의 활약을 지켜봐야 알 수 있겠으니, 지훈의 목탁솔로는 2편이 있는 것이 분명하겠지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