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년인가요, 그정도 되었습니다.. 아는 분이 낳은 쪼맨한 말티즈 수컷 한 마리를 아이들이 본 후로 어떻게나 보채던 지, 절대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는 저의 단호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눈물젖은 얼굴을 들이밀고 하루가 멀다하게 엎어져 자기들을 즈려밟고 가라고 애원하단 아이들 때문에 결국 가족이 되어버렸습니다.. 전 예전에 모친께서 강아지를 키우시다 너무 힘들게 보내시던 것을 알고 있었던지라 아이들이 힘들어할게 가장 걱정이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강아지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책임감이라는 것이 과연 아이들에게 있는가라는 것이었죠, 물론 없습니다.. 지금도 없고 아직까지는 귀엽고 안아주는 것이 목적인 아이들입죠, 뒤처리는 늘 제가 합니다.. 심지어 아이들 똥 닦는 세월이 이제야 끝났구나 싶었던 시절 또다시 강아지똥의 친근함을 마주할 줄이야,
친근한 강아지똥만큼 강아지도 어엿한 성인으로 가족의 일원이 되어 잠들 때 한자리를 차지하고 살아갑니다.. 근데 자꾸 침구에서 냄새가 없어지질 않아서 요즘은 자신의 잠자리 공간을 마련해주고 있는데 과거 아이들이 애원하던 그 눈물젖은 얼굴을 그대로 우리에게 들이미는군요, 여태껏 날 너네 가족으로 인정하고 인간과 동일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해놓고 이제와서 날 내치는거야, 그럼 난 어떻하라구, 혼자서 자라구, 그건 아니지않아, 아직 추운데, 왜 따수븐 너희들의 체온과 함께 잠들지 못하게 하는거야, 뭐 이런 애절함을 강아지의 눈을 통해 보게 됩니다.. 만약 세상에 이놈과 저만 홀로 남겨진다면, 저 멀리 이부자리를 만들어줄께하니라 우짜덩가 옆에서 보듬고 살아가야하겠죠, 유일하게 살아남은 가족일테니 말이죠, 그래서 우린 인간이 종말되는 시점에 살아남은 유일한 인간의 동료로 반려견을 그리곤 합니다.. 흔한 설정입죠, 그리고 무엇보다 친근하고 공감가는 설정이기도 하죠, 이번에 읽은 작품인 “루스와 럭키 그리고 아포칼립스”라는 작품의 제목만 보더라도 누구나 자연스럽게 스며들 그런 상황적 인지가 느껴지는 좀비물입니다.. 예쁜 그림으로 상황을 표현한 느낌만으로도 이 작품이 보여주고자하는 의도를 정확하게 볼 수 있더군요,
루스라는 아이는 몇 년째 홀로 좀비가 창궐된 대재앙의 미래인 아포칼립스의 세상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바깥은 좀비들로 들끓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죠, 루스도 이제는 숨어지내는 공간에서 남은 식량이 얼마 되지않아 고민입니다.. 특히나 럭키에게 줄 사료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죠, 세상에 유일하게 자신과 살아남은 이들은 현재의 그들의 상황과 다르게 죽는날까지 행복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둘만 남았지만 지금 이대로의 삶이 변함없기만을 바랍니다.. 그러다가 루스는 어떤 창고의 공간을 발견하게 되죠, 지하로 연결된 곳에서 발견한 박스속에 식료품으로 오르던 루스와 럭키에게 거슬리는 무엇인가가 다가옵니다.. 그리고 럭키의 뒷발에 상처가 생기죠, 하지만 루스는 그런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체 깜짝 놀라 지하실을 나와서 통로를 막아버립니다.. 하지만 간식을 먹다 토하는 럭키를 보면서 현재 벌어진 상황을 알게 되죠, 하늘이 무너질 듯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루스는 럭키를 살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항생제를 찾아 나섭니다.. 힘들지만 럭키를 두고 가려는 루스에게 럭키는 끝까지 그녀의 곁을 지켜려고 하죠, 그렇게 루스는 항생제를 찾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지닌 마지막 총알마저 사용해버리죠, 과연 이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좀비와 종말과 절망과 부정적 세상을 다룬 작품임에도 이 작품은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친근하고 따따시하고 부드럽기까지 합니다.. 세상의 마지막 순간임에도 소설속의 주인공인 두 존재의 캐미가 대단히 보기가 좋기 때문일겁니다.. 제가 부정적 세상속에서도 자연스럽고 친근하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사실 이 소설의 내용은 대단히 절망적인 이야기로 흐릅니다.. 줄거리에서도 제시했지만 세상에 유일하게 나를 알고 나를 지켜주고 나와 함께 하던 존재가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이이기니까요, 작품은 럭키라는 개의 시선과 루스라는 여자아이의 시선을 번갈아가면서 이들의 상황과 관계를 보여줍니다.. 이들이 공감하고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절망스러운 상황속의 마지막 노력을 디테일하게 보여주기 위함이겠죠,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보아온 수많은 드라마틱한 설정적 감성을 호소하는 전형적인 느낌이긴 했지만 루스라는 아이의 과거와 함께 드러나는 이야기속에 럭키를 통해 표현해내는 이들의 관계는 충분히 좋았습니다..
사실 전 작품을 읽으면서 굳이 뜯어보고 꼼꼼히 따져보고 그렇게 읽진 않습니다.. 그저 읽기 편하고 즐겁고 유치하지만 재미가 있고 전형적이지만 감성이 잘 살아있다면 그것으로 좋은 느낌을 받곤 하죠, 물론 대단한 작가와 인지도가 좋은 해외의 유수 작가들의 인정된 작품들 위주와 국내에서도 장르에서 내노라하는 작가님의 작품 위주로 읽다보면 조금 어색하거나 허술한 부분과 짐짓 유치해보일 수 있는 여러 상황적 연결들이 보일 순 있지만 이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재미진 측면이 많았습니다.. 이 작품을 읽어보신 많은 독자분들도 저랑 비슷하게 느끼시리라 여기는 부분이 아마도 루스와 그의 아버지와 관련된 상황과 이야기입죠, 물론 럭키의 입장과 루스의 관계도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많은 독자분들이 공감할 이야기이긴 하지만 총알을 찾고 그와 함께 그녀가 살아가기 위해 행하는 절망적 세상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상대에 대한 존재적 배려는 충분히 따스했습니다.. 그게 아무리 전형적인 드라마틱한 설정이라 치더라도 말이죠,
물론 이 작품은 종말적 세상속에서 살아남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 그렇게 두드러지진 않습니다.. 당연히 공간적 배경 자체가 주는 농밀한 서스펜스는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럭키와 루스의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죠, 아마도 단편적 영역속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이 둘에 포커스를 맞추었기 때문일겁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좀비문학의 가장 중심은 아무래도 상황과 장르적 표현들이 주는 대단히 밀도높은 끈적한 파괴적 긴박감과 자극적 묘사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런 상황적 자극성이 두드러지면 오히려 유일한 대상들의 삶의 무게에 대한 반대적 희망이 조금 더 대비적으로 비쳐지지 않았을까하는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작품속에서도 작가님이 그려낸 그 상황적 묘사들이 나쁘진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주변의 이야기가 긴박감을 추가로 표현해내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겠죠, 그럼에도 재미있었습니다.. 이전처럼 많은 작품을 읽지못해 아쉬운 찰나에 좋은 작품 읽어서 즐거웠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기회가 되면 읽어보겠습니다.. 늘 건필하시고 좋은 작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응원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