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정; 겹쳐지는 풍경에 관해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개는 개를 낳는다. (작가: 김녕, 작품정보)
리뷰어: 실오, 18년 1월, 조회 35

사람의 발자국과 개의 발자국이 늘어선 모양,

저에 누가 이곳을 걸었고 나는 그것을 따라 걷고 있다

      -<구획>中 , 황인찬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흔히 ‘굴레’라는 단어를 사용하고만다. 상대방 혹은 자기 자신을 옭아매는, 그로인해 상황은 나아지지 못하고 코뚜레가 주는 아픔 따위에 결국 굴복해야만하는, 의도치 않고 어느새 가축이 되어버린 존재; ‘나’ 혹은 ‘그녀’ 아니면 누군가의 ‘아버지와 아내’ 일까.

죽 늘어진 정경을 바라보는 느낌은 어떠한 것 일까. 변하지 않는 하루, 변하지 않은 나무, 꽃과 화단, 항상 지나쳐다니는 길과 길이 당연하다는 듯 이어져 있고, 또 그곳을 당연하다는 듯이 걸어다니는 당신.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오늘로서의 나, 혹은 아버지의 자식, 또는 학생, 통조림공장의 판매원, 공장의 매니저도, 결국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도시의 온갖 곳이 구역질나게 똑같은, 구역질 나게 완벽한 거리를 걸으며.

 

넘어져 있는 나에게 선생님은 ‘역시 문제가 있는 새끼들이 문제를 만들어’, ‘부모가 병신이니 자식도 병신이지’라 말하며 불붙은 시선을 다른 아이들에게로 옮겼다. 그날밤, 나는 잠들 수 없었다. 선생님이 내뱉은 말들이 마치 슬로우비디오처럼 늘어져 나를향해 퍼뭇고 있는 것 같았다. 몸을 사방으로 뒤척이며 상상 속의 선생님께 내 부모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리 끈질기게 나를 잠들지 못하게 해던 말들을 지금 생각해 본다면 맞는 말이었다. 선생님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아버지는 자식을 때리고 있었다’, ‘[남편이 아내를 강간했다.] 는 말이 성립되는지 조차 알려고 하지 않은 사회에서’ 놀라게도약육강식의 의미로나마 자식은 ‘가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어째서 도망가야하는지, 그리고 왜 내가 남겨져야하는지, 왜 맞아야하는지.   그것은 세계를 아주 비가시적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가족의 내면을 이해한 결과였다. 적어도 ‘그때의 그’는 굴레를 이해하려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아버지라는 굴레를 인식하게 된 순간은 반복되는 아버지와의 대화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아버지와 맞닿고 싶어하는, 이해의 산물이자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다음날, 내 아버지는 사람을 죽였다.”

비틀림[느닺없는 죽음]에 관하여 우리는 항상 우발적이다. 그리고 그런건 대개,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하룻밤 사이 시체가 되고, 살인자가 되어버리듯, 자식은 아버지를 더 이상 이해할 수 없게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자식은 아비를 태운다. 평생 알지 못하는 ‘영역‘를 그는 영원히 소각했다. 그리고 그 비틀림으로 사건은 다시 한번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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