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용사란 무엇인가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용사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작가: 유권조, 작품정보)
리뷰어: 한켠, 18년 1월, 조회 199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뭔가 쓰려다가 지운 것 처럼 가운데 줄을 그은 게 보이실 텐데…기분탓일 겁니다.

리뷰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 리뷰는 공연 후기나 상품구매후기와 같은 ‘경험담’과 ‘감상’이거나, 영화리뷰처럼 비평이나 분석을 의미한다. 그러나 브릿g에서의 리뷰는 -모든 독자들의 ‘롤모델’인 ‘미저리’에서 작가에게 감금,협박,폭행을 가하듯이-작가에게 후속편이나 다음 작품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전달하는 수단 중 하나다. 그 수단에는 골드코인 후원, 단문응원, 리뷰가 있다. 순위매기기 좋아하는 인간들이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사랑이 으뜸이라고 하듯이 후원, 단문응원, 리뷰 중에 으뜸은 리뷰다. 물론 뒤틀린 사랑이 있듯이 리뷰 중에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리뷰가 있다. 브릿g에서는 리뷰를 감상, 비평, 단상 으로 분류하고 선택을 강제하기에 이 리뷰는 어쩔 수 없이 감상에 체크하지만, 사실 ‘아무말 대잔치’에 가깝다.

취업이란 무엇인가

취업은 보통 교육과정을 마치고 입사시험을 통과하여 직장에 들어가거나 가업을 이어받거나 자영업을 하거나 건물주의 자식으로 태어나 상속을…하여튼 돈을 버는 직업을 얻는 것을 뜻한다. 닷슈 섬이 속한 나라에서는 영주의 자식은 자격시험 같은 것도 없이 영주가 되고, 흙수저는 기회균등선발제도로 한두명 왕립용사학교에 입학시켜주고는 제대로 가르쳐 준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용병으로 굴리고, 그러고도 살아남았으면 영웅 취급해서 동상이라도 세워주고 정치인들과 사진촬영 해야할 것 같은데…흙수저라고 무시하는지 이런 용사를 한국으로 치면 만재도(‘삼시세끼’ 촬영지) 쯤 되어 보이는 닷슈 섬으로 발령보내버린다. 그것도 계약직으로.

계약직이란 무엇인가. 흔히 ‘비정규직’이라고도 하는데 법률적으로는 정해진 계약기간 동안 계약에 의거하여 노동하고 계약된 대가를 지급받는 직종을 뜻하지만…현실이 늘 그렇듯이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더 오래 더 힘든 일을 하며 노동조합 같은 건 없고 따라서 사용자의 법을 초월한 요구를 수용해야 하고, 더러워서 때려치우려고 하면 계약으로 옭아매거나 실업자가 되거나 사용자들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노동자의 계급과 동의어가 되어 버렸다. 닷슈 섬에 발령받은 용사 베이커도 계약직으로 시작하는데, 사회초년생은 헐값에 계약직으로 일을 시켜도 된다는 기득권층의 허리 개념을 곱게 접어 바다 속에 처넣고 싶어지지만…그렇지 않으면 베이커 쯤 되는 용사가 닷슈 섬에 올 리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

방임이란 무엇인가

방임은 부모가 미성년자인 자녀를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엄연한 아동학대다. 닷슈 섬의 선대 영주 부부는 자식에게 금수저만 물려주고는 도박에 빠져 육지로 나가서 돌아오지 않아(불법도박 신고는 1855-0112/도박중독치유센터는 1336으로 전화하세요.) 미성년자인 자녀가 영주가 되어 법을 고쳐서 음주를 히고, 생활비를 강탈하여 용사를 ‘워킹푸어’로 만드는 ‘악덕 고용주’가 되어도 연락이 없는 것으로도 모자라 하나된 열정으로 당신이 용사입니다‘용사 테마파크’를 만들려는데도 집에 돌아올 생각을 않는다. 그렇다고 이 미성년자 영주도 딱히 부모를 찾으러 떠날 생각도 하지 않으니…영주인 엘리제는 사실 부모님이 없는 새에 라면도 끓여먹고 게임도 하고 이것저것(?) 할 궁리에 신나는 어린애 아닌가 싶다. 그게 스케일이 좀 클 뿐이지.

주민이란 무엇인가

주민이란 한 지역에 거주하며 주민세를 납부하는 거주자다. 닷슈 섬은 작은 섬이라 주민이라고 해 봤자 손에 꼽을 정도인데 어떻게 이런 주민들을 이런 데 모아놨나 싶을 정도로 특이한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다. 퇴역용사라고는 하는데 술주정뱅이에 나름 ‘선배용사’도 있고, 아무래도 지방직 행정고시가 아니라 음서제나 청탁이나 취업특혜, 아무튼 쉽게 취업한 것 같아 보이는,그러니까 유능해 보이지는 않는 공무원이라기보다는 영주의 보모에 가까운 내무대신/외무대신 및 성 안의 근무자들과…무엇보다 영주의 ‘앞다리살’을 당당히 요구하며 위기의 순간에 용사보다 쓸모있는 숲 속의 ‘괴수’와 말끝마다 ‘~용’을 붙여서 용한 의사인 줄 알았지만 약장수에 가까운 헤시아드리아가 후반부로 갈수록 무거워지는 이야기에서도 통통 튀며 밝고 따뜻하고 화사한 점을 찍는다.

그래서 대체 용사란 무엇인가

용사는 용사월드에서 근무하는 왕립용사학교를 졸업하고 칼 한 자루로 괴물과 맞서 싸워 공주와 주민들을 구해내어 영웅이 되는 사람이다. 베이커도 처음엔 그런 줄 알고 워킹푸어 계약직으로 섬에 왔으나…하는 짓(?)이라곤 좀도둑 쫓아가서 젖은 가방 건져오기, 영주 목마 태워주기, 선배용사 술주정 받아주기, 시식, 간식 셔틀 등등이다.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잡무마저도 묵묵히 해야 하는 계약직의 비애를 온몸으로 겪어내는 용사는 영주의 앞다리살 내주면 간단하게 끝날 걸 옷도 안 입은 괴수한테 발차기하여 일을 키우는 ‘민폐 남주’ 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민폐는 ‘일이 없으면 찾아서라도 하라’는 ‘노동윤리’를 실천하다가 ‘일이 없으면 찾아서라도 하라->’시키지도 않은 일 하지 마라->일이 없으면…’ 이라는 ‘무한루프’에 빠지기도 전에 용사의 ‘전쟁 트라우마’로 두억시니와 오우거를 불러들인 것이다. ‘열정페이’만 받으면 있던 열정도 사라지는 법인데 우리의 용사는 정규직이 되고 싶은 열정이 더 컸는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대신 ‘본진파괴’를 시도하는데…일반적인 판타지라면 정규직을 보장받은 각성한 용사가 사랑하는 주민들과 영주를 구해야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용사는 조연이 되고, 철부지 같던 영주와 주민들이 나서는데 용사와 독자가 함께 치유받는 ‘마법의 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상황은 심각한데 절대 비장해지지 않는 이 등장인물(심지어 오우거도 귀엽…)들을 보면 입가는 씰룩거리는데 손에 땀은 나는 기묘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용사의 나이가 밝혀지는 순간 독자들은 영화 <군도>에서 하정우가 열여덟 살이라고 우기던 장면의 전율(?)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용사도 영주와 주민들을 구하지만 주민들과 영주도 용사를 구하는 이 이쁘고 미쁜 판타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베이커는 정규직이 되었을 지 (도망쳐! 이직해!)닷슈 섬은 오우거 덕에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재개발에 성공하여 용사월드를 무사히 개장했을 지 궁금한 독자 여러분은 닷슈 섬에 놀러가시라. 용사 베이커와 영주 엘리제가 ‘엘리베이커 킥’을 날리며 관광객들을 환영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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